그림으로 시대적 편견과 맞서다
그림으로 시대적 편견과 맞서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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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중국판 '나혜석' <화혼(畵魂) 판위량>
중국 여성화가 최초로 파리 국립현대미술관서 전시

'기생' 출신과 '누드' 화가로 평생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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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예술인생을 살다간 여성 화가로는 미국의 조지아 오키프,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 우리나라의 나혜석을 꼽을 수 있다. 아직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여성화가 판위량(潘玉良, 1895∼1977)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일대기와 작품이 수록된 전기소설 '화혼 판위량'(스난 지음, 북풀리오)이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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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위량은 유학생활 후 중국으로 돌아왔지만 사회의 편견 때문에 다시 파리로 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일찍이 부모를 잃고 열네 살 때 기생집에 팔려간 그는 첫 손님이었던 세관 관리 판찬화(潘贊化)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판찬화는 위량에게 공부할 것을 독려했으며 그의 재능에 대해 '진흙 속의 연꽃'이라 부르며 예술혼을 일깨워줬다. 개인교사 홍야로부터 그림공부를 시작한 판위량은 상하이 미술전문학교에 입학해 교장인 류하이쑤(劉海粟), 서양학과 주임 왕지위안(王濟遠)을 만나 화가로서의 길을 가게 된다. 특히 왕지위안을 통해 예술로서의 누드화에 눈뜨게 된다.



여성의 알몸을 그리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던 당시, 그는 물론이고 스승인 류하이쑤와 왕지위안은 많은 지탄을 받았다. 특히 모델을 찾기 어려워 자신의 몸과 공중목욕탕을 전전하며 완성한 '나녀(裸女)'가 공개됐을 때는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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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顧影) 1954년, 중국화. 판위량이 출신성분과 여성 누드화가라는 낙인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때 위안을 얻은 것은 바로 여성의 아름다운 몸이었다.


상하이 미술학교를 졸업한 판위량은 남편 판찬화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파리로 유학을 떠난다. 파리와 이탈리아에서 10여 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교수가 돼 학계와 예술계에서 촉망받는 여류화가로 자리잡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창기 출신이라는 과거가 괴롭힌다. 급기야는 자신의 출신성분이 남편의 신변까지 위협한다는 것을 안 그는 다시 파리로 돌아가 결국 중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이국땅에서 숨을 거둔다.



58년 파리 국립현대미술관이 판위량의 수채화 '목욕 후'와 조각 '짱다첸 두상'을 사들여 파리 예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을 때 판위량 자신은 모국인 중국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기생 출신이라는 성장 배경과 당시에는 용납되지 않았던 '누드화'를 그렸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춘화(春畵) 속에나 등장하던 누드를 고집한 그의 집착은 바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인이자 미천한 신분을 속박하던 당시 사회에 대한 반역이었다.



불행한 운명을 벗어나 사랑과 예술을 얻었지만 비천한 출신이라는 사회적 속박에 시달려야 했던 판위량이 정신적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름다운 자신의 몸이었다. 그리고 남편 판찬화를 다른 여자(판찬화에게는 본부인이 있었다)와 공유해야 하는 그에게 있어서 나신(裸身)이야말로 소유와 굴복을 초월한 자유의 표상이었다.



비천한 출신의 여성 화가를 용납할 수 없었던 중국 사회의 폐쇄성과 여성성에 대한 폭력성이 아이러니하게도 판위량의 예술혼을 불태운 근원이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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