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철회권 제한할 정도로 가치 하락 아냐” 판단

대법원 전경 ⓒ대법원
대법원 전경 ⓒ대법원

대법원이 휴대폰을 개통한 뒤 청약 철회 조건을 제한한 이동통신사 약관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5일 한국소비자연맹이 SKT와 KT를 상대로 제기한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2015년 12월 통신사들이 휴대폰 개통 후 소비자의 청약 철회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SKT와 KT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법상 인터넷이나 홈쇼핑, 전화 등으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일정 기간 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사용으로 재화의 가치가 현저히 줄어드는 경우에는 이 같은 권리 행사가 제한된다.

재판에선 휴대폰 개통 후 청약 철회를 막거나 단말기 사용에 따른 위약금을 부과하는 조치가 정당한지에 대해 공방전이 벌어졌다.

1·2심은 모두 통신사들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휴대폰이 개통된 이상 이동통신서비스는 시시각각 제공되고 이용되므로 (개통) 순간이 지나버리면 그에 해당하는 사용 가치가 소멸한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소비자가 단말기 계약과 통신 계약을 함께 맺은 뒤 청약을 철회할 경우, 가치가 하락한 단말기 위약금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통신사 주장도 받아들여졌다.

대법원은 그러나 “회선이 개통됐더라도 청약 철회권 행사를 막을 정도로 서비스 가치가 감소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1심과 2심을 뒤집었다.

또 “소비자가 단말기 지원금 반환을 감수해야 한다면 이동통신서비스 계약 철회를 주저할 것”이라며 단말기 위약금 부과도 부당하다고 봤다. 이동통신서비스 개통 계약과 휴대폰 구매 계약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동시에 진행됐다면 양쪽 모두 계약 철회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다만 “단말기 구매 계약도 일정한 경우에는 청약 철회가 가능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며 “이에 대해선 파기환송심에서 추가 심리 후 판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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