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여성가족부가 도입을 검토하다 철회한 '비동의간음죄'에 대해 "도입했을 경우 억울한 사람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뉴시스·여성신문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여성가족부가 도입을 검토하다 철회한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 "도입했을 경우 억울한 사람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 정부가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반대한다고 국제기구에 알린 가운데, 240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규탄성명을 내놨다.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등 240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3일 ‘한국 정부, 비동의강간죄 반대한다고 국제기구에 답변? 정부는 성평등 퇴행 백래시를 멈추고, 성폭력 법적 체계 개선에 나서라!‘라는 제목의 규탄 성명을 냈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반대한다고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 서면답변을 6월 6일 제출했다. CEDAW는 지속적으로 한국정부에 형법상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을 권고하고 있는 유엔 기구 중 하나다.

한국 정부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 반대 이유로 “성폭력 범죄의 근간에 관한 문제”이자 “입증책임을 사실상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여성의 의지나 능력을 폄하할 여지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은 “성폭력 범죄는 ‘정조에 관한 죄’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죄’로 법과 인식의 방향이 바뀌어 왔음에도 여전히 형법 제297조에서는 폭행·협박을 강간 범죄 성립의 필수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여전히 피해자의 몫”이라면서 “물리적 폭행 협박이 동반되지 않은 사건의 경우 수사사법기관은 피해자에게 그에 준할 만큼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가 있었는지 끊임없이 묻고 입증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정부에 묻고 싶다. 정부는 현재 발생하는 성폭력, 성희롱, 가정폭력, 성착취가 여성의 의지나 능력이 없어서 발생한다고 생각하는가? 성폭력이 사회 구조적 성차별에 기반 한 폭력임을 간과한다면, 정부는 누구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한국 정부의 서면답변은 성평등 개선에 역행하는 ‘백래시’다. 3차 양성평등기본계획 상 ‘형법상 강간죄 개정 검토’가 결정되었음에도, 여당 관계자가 ‘무고죄가 많아진다’라고 선동했고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성폭력특별법에 ‘무고죄’ 신설을 공약한, 성평등 백래시 정부”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시민들의 삶을 퇴행시키지 말라. 70년간 지속된 극심한 유형력, 극심한 저항만을 요구해온 성폭력 인식과 문화를 강화시키지 말라”면서 “형법상 강간죄 개정 방해를 멈춰라. 시대적 변화에 나서라. 우리는 성평등이 증진되는 사회에서 평등한 성적 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