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성혐오 규탄시위 이끈 팀 해일 김주희 대표
팀 해일 활동 기록한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발간
2021년 7월 부산 시위부터 전국서 여성혐오 반대 시위
비방·비난 거세도… “백래시 있으면 리부트도 올 것”

김주희 팀 해일 대표 ⓒ송은지 사진작가
김주희 팀 해일 대표는 ‘한 명 한 명이 물방울이 되어 모여 해일이 된다’는 뜻의 단체 이름처럼 시민들이 힘을 모아 극심한 페미니즘 백래시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송은지 사진작가

‘백래시(Backlash·반발)’의 시대, 물방울이 모여 해일을 만들 듯 시민의 힘으로 거센 여성 혐오 공격에 맞서자는 여성들이 있다. 바로 ‘팀 해일’(이하 해일)이다. 해일은  2021년 여성 혐오와 백래시에 분노한 시민들이 조직한 단체로, 부산을 시작으로 인천, 포항, 광주, 대전, 서울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여성 혐오를 규탄하며 시위를 이어나갔다. 이들의 중심에는 김주희 대표가 있다. 간호사로 일하던 김 대표는 거리에서 여성인권운동가가 돼 시위를 이끌었다. 두 달 간의 전국 릴레이 시위 활동을 기록한 책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를 펴낸 김 대표를 만났다. 그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백래시가 극심한 현재의 상황에서도 ‘리부트(reboot·재시동)’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내놨다.

-2021년 7월 11일 부산 시위가 해일의 첫 시위다. 시위를 처음으로 조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냐.

“당시에 페미니스트에 대한 혐오가 극심했다. ‘페미니스트는 죽어도 된다’와 같은 양상이었다. 이런 혐오가 온라인에서 멈추는 게 오프라인까지 퍼져있었다. 대표적으로 대학이나 직장에서 짧은 머리 여성들이 검열 발언을 듣기도 했다.

특히 시위를 결심하게 됐던 것은 여성 혐오가 정치적으로 조직돼 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혐오에서 비롯된 생각을 지지하고 힘을 실어주어서는 안 되는데, 정치인들이 그런 발언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드러내야지 정치인들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야 혐오 세력을 막아내고 여성들이 공격받지 않겠다고 봤다. 개인적으로는, 친분이 있던 10대 페미니스트가 청소년시위를 연다고 하기에 총대(대표자)를 멘 것도 있다.”

-부산에서 첫 시위를 하면서 느낀 점은.

“부산 시위는 백래시를 규탄하는 시위였다. 근데 시위에서 백래시를 그대로 겪었다. 정말 전형적이었다. 시위를 한다고 하자마자 ‘남성혐오자들이 시위를 하려고 한다’는 영상이 게재되고, ‘메갈이다’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시위 현장에서는 조롱하듯이 가발을 쓰고 옷을 입고, ‘내가 너희를 줌인해서 찍어둘 것이다’라는 협박이 있었다. 게다가 백래시가 뻔하게 눈에 보이는데 기사가 제대로 나질 않았다. 처음에 신남성연대에 의한 테러에 대해 기사가 났었지만, 기자가 그 사실을 보도하니 페미니스트들을 편든다며 좌표가 찍혔다(좌표 찍기: 입장이 다른 사람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해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그러고 나니까 기사가 수정되고 삭제되더라.”

전국릴레이백래시규탄시위 단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여성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021년 8월 27일 김주희 팀 해일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여성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해일은 ‘스쿨미투’, ‘남초 커뮤니티 규제’, ‘백래시 키운 언론’ ‘여성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등으로 시위 문구를 결정했다. 

“개인적으로는 ‘백래시를 키운 언론’. ‘여성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스쿨미투’가 기억에 남는다. 10대들이 공유한 사례가 처참하다.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백래시는 심각하다. 학교라는 공간이 질서가 서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면 사회는 더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 시위에서는 신남성연대가 물을 뿌리며 시위를 방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2021년 테러가 발생했다. 검사는 신남성연대 대표에 200만 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벌금 20만 원을 선고했다. 아쉬움도 남지만 여성인권 활동을 향한 폭력을 멈출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사건 이후 2년이 흐르면서 피해자도 많이 회복했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잘 지내고 있다.”

-팀 해일이 조직되는 과정에서 초면인 사람들이 합류하기도 했다. 이렇듯 관계가 없던 이들까지 합류해 시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희는 산발적으로 있던 사람들이 조직화된 조직이다. 운동의 목적이 있으면 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목적은 바로 ‘백래시는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사회가 잘못됐다고 얘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같은 생각 같은 감정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팀 해일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주희 팀 해일 대표 ⓒ송은지 사진작가
김주희 팀 해일 대표 ⓒ송은지 사진작가

-백래시가 극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와해되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  

“서로 고생했다, 인정해 주고 독려해 주는 작업 덕분이었다. 그리고 의미화가 중요했다. 꾸준히 시위를 하고 목소리를 냈지만 활동을 알리는 언론보도도 많지 않았고, 칭찬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칭찬도 듣기 어려웠다. 시위로 세상이 확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럴수록 우리 스스로 우리의 활동을 의미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세상이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내 스스로 활동의 의미를 잊지 않는 것이 조직이 소진되지 않는 방법이다.”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 시위 ‘해일’이 지난 15일 광주광역시 5·18 민주광장에서 ‘백래시 부추긴 언론 규탄’을 주제로 시위를 진행했다. ⓒ해일
2021년 8월 15일 ‘해일’이 광주광역시 5·18 민주광장에서 ‘백래시 부추긴 언론 규탄’을 주제로 시위를 열었다. ⓒ해일

-시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김주희 대표에 대한 여러 비방이 있었다. 특히 신남성연대 쪽의 비방이 집요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주희 대표가 시위를 이어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비방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해야겠다는 식으로 생각이 든다. 당시 백래시가 심했으니까 당할 걸 알고 시작했고, 폭력적으로 나올수록 오히려 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 시위 ‘해일’이 지난 15일 광주광역시 5·18 민주광장에서 ‘백래시 부추긴 언론 규탄’을 주제로 시위를 진행했다. ⓒ해일
2021년 8월 15일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 시위 ‘해일’이 광주광역시 5·18 민주광장에서 ‘백래시 부추긴 언론 규탄’을 주제로 시위를 열었다. ⓒ해일

-페미니즘 진영에서도 김주희 대표에 대한 의심 어린 시선이 있었다. 페미니즘 진영 내부에서 성향을 가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2019년부터 활동하면서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들었다. 일부는 절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터프(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TERF)라고 하고, 반대편에선 ‘꿘’(운동권)일 거라고 했다. 비건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여성문제가 아닌 다른 데에 관심을 갖는다며 ‘쓰까’(섞어)라는 말도 들었다. 내 스스로 날 설명한 적도 표현한 적도 없는데, 어느새 나는 규정돼 있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이런 의미 없는 싸움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을 위해 이 운동을 하는 건지 마음에 새기고, 우리를 억압하고 있는 구조 자체를 부수려 노력하는 게 맞다. 이렇게 성향을 가르고 비방하는 것이 온라인의 폐해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단면적으로, 납작하게 판단해 사이버불링을 하는 것 같다. 사람에게 다양한 면이 있을 수 있는 거 아닐까. 비기득권끼리 싸우는 지금의 상황은 옳지 않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나가자는 말이다.”

-백래시는 여전히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 페미니즘 진영에 있는 이들이 어떤 입장과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보나?

“대중과 함께 가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 운동은 성공하기 어렵다. 페미니즘 진영에 있는 이들은 대중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어떻게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도서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표지 ⓒ팀 해일
도서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표지 ⓒ스크로파

-팀 해일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책 출판, 다큐멘터리의 영화제 출품 정도만 결정돼 있다. 하지만 해일의 뜻은 한 명 한 명이 물방울이 되어 모여 해일이 된다는 의미였다. 한 번 더 해일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마르크스의 말 중에,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희극으로 한 번은 비극으로’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백래시가 왔으면 다음은 리부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김주희 대표의 다음 행보도 궁금하다.

“간호사와 인권운동가로서의 삶을 지속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