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재감정해 DNA 검출
살인미수→강간살인미수 혐의 변경
검찰 “반성 없는 피고 엄벌·사회 격리 필요”

2022년 5월22일 부산 서면 한 오피스텔 복도에서 알지도 못하는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 남성.  ⓒCCTV영상 캡처
2022년 5월22일 부산 서면 한 오피스텔 복도에서 알지도 못하는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 남성. ⓒCCTV영상 캡처

30대 남성이 알지도 못하는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간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에서 가해자의 성범죄 혐의가 뒤늦게 드러났다. 검찰은 가해자에게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가해자는 2022년 5월22일 새벽 부산진구 서면 한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피해자를 뒤쫓아가 발차기로 여러 차례 머리를 가격했다. 피해자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가해자는 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피해자를 옮겼고, 7분 후에야 오피스텔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피해자 측은 이 7분간 가해자가 성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의 옷이 벗겨져 있었고, 피해자가 쉽게 벗겨지지 않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피해자의 언니가 병원에서 보니 피해자의 속옷이 벗겨져 있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1심에선 피해자의 속옷 등에 대한 DNA 감정 결과 가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으나, 피해자 측은 옷이 소변 등으로 오염된 상태여서 제대로 된 감정이 어려웠다며 추가 감정을 요구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추가 진술 등을 근거로 DNA 재감정을 실시, 피해자가 사건 당시 입었던 청바지 안쪽 허리·허벅지·종아리 부위 등 4곳과 카디건 1곳에서 가해자의 DNA를 확인했다. 가해자가 사건 이후 휴대전화로 ‘서면 묻지 마 폭행’ ‘서면 실시간 사건’ ‘서면 강간미수’ 등을 검색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5월31일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가해자에게 강간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징역 35년과 위치추적 장치부착·보호관찰명령 20년을 구형했다. 살인미수 혐의만 적용됐던 1심에서 검찰은 가해자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가해자가 구치소 구금 중 “구치소를 탈출해 피해자를 죽여버리겠다”고 발언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엄벌과 사회로부터 격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해자는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한다면서도 여전히 성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4월8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사라진 7분-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진실’ 방송 일부.  ⓒSBS 방송화면 캡처
지난 4월8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사라진 7분-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진실’ 방송 일부. ⓒSBS 방송화면 캡처

피해자 “1년간 2차 가해 심각...가해자 신상 공개해야”

1년간 생업을 포기하고 진실 규명에 매달려 온 피해자는 눈물로 엄벌을 호소했다.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8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두개내출혈 등 상해를 입었다. ‘해리성 기억상실장애’로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결심공판 후 법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피해자는 “사건 이후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여전히 약을 먹지 않으면 2시간 만에 잠에서 깬다”며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1년이 걸렸다. 지난 1년 동안 하루하루를 피고인이 적은 반성문과 탄원서 등 2차 가해 속에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또 “반성문 1600페이지가량을 읽어본 결과 이 사람은 더 이상 변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더 이상 이 사람에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신상 공개를 간곡히 부탁한다”며 “죄 없는 선량한 시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부디 간절히 부탁한다.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12일 오후 2시 부산법원종합청사 301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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