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변호합니다]
국가 위해 봉사하는 동물들
현행법상 국가 소유 ‘물건’일 뿐
충분한 건강관리‧복지 못 누려
체계적 지원체계 마련해야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1진으로 튀르키예 지진피해현장에 파견됐던 소방청 대원들과 함께 활약한 구조견들. 지난 2월8일 현지로 출국해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총 8명의 생존자를 구하고 같은 달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소방청 제공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1진으로 튀르키예 지진피해현장에 파견됐던 소방청 대원들과 함께 활약한 구조견들. 지난 2월8일 현지로 출국해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총 8명의 생존자를 구하고 같은 달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소방청 제공

청춘을 바쳐 나라를 위해 일하는 동물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까?

각종 사고 뉴스에서 경찰이나 소방대원들과 함께 움직이는 개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공항 세관에서 냄새를 맡는 개들도 떠오른다.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인 공무원은 재직 중에는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고 퇴직 후에는 공무원연금을 수령하는 등 여러 혜택을 받는다. 그렇다면 국가를 위해 일하는 동물들도 이렇게 특별한 대우를 받을까?

안타깝게도 특별한 대우는커녕 건강관리조차 불완전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6일 SBS 'TV동물농장'에 119 구조견 ‘소백이’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방송됐다. 소백이는 지난 9년 동안 2022년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된 6명의 매몰자 중 4명을 찾아낸 것을 비롯해 223건의 재난 현장에 출동해 13명의 생명을 구해내는 활약을 했던 최고의 인명구조견이었다. 그러다가 소백이도 나이가 들어 은퇴하게 되었는데, 은퇴 후 입양 간 지 12일 만에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입양이 이뤄지고 며칠 후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져 보호자가 소백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다발성 림프종 5기 판정을 받았다. 이미 심각한 상태였기 때문에 호전되지 못하고 사흘 뒤 호흡곤란을 겪다가 눈을 감았다고 한다.

2022년 1월25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27층에서 119구조견 소백이가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2년 1월25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27층에서 119구조견 소백이가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은퇴하자마자 사망이라니,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은퇴 직후 다발성 림프종 5기였다면 이미 한참 전에 병에 걸렸을 터인데, 평소 제대로 된 건강관리를 받지 못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우리 법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동물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소백이처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동물들을 동물보호법은 “봉사동물”로 정의한다(제2조). 봉사동물에는 국방부에서 이용하는 동물(군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이용하는 동물(검역탐지견), 관세청이 이용하는 동물(마약탐지견), 국토부에서 이용하는 동물(철도경찰탐지견), 경찰에서 이용하는 동물(경찰견), 소백이처럼 소방청에서 이용하는 119구조견 등이 있다(동물보호법 시행령 제3조). 이 동물들은 각 조직의 필요에 따라 수색, 추적, 탐지 등을 하는데 이용된다.

동물보호법은 이들과 관련해 동물실험의 원칙적 금지(제49조), 국가 소유 마릿수 및 해당 봉사동물의 관리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수집·조사·분석하고 그 결과를 해마다 정기적으로 공표할 정부의 의무(제94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단, 후자의 경우 해당 동물을 관리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관련 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결과공표 여부를 정할 수 있다고 돼 있어서인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료는 찾기 어려워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12월6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소유 봉사동물 현황(경찰‧소방‧국토부 등) 등을 포함한 기관·분야별로 생성되는 관련 정보를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을 2023년~2024년에 구축해 나간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동물보호법은 이 외에 봉사동물들의 건강관리에 관한 내용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른 법령에서라도 관련 내용이 규정되어 있으면 좋은데, 소방청의 119 구조견을 제외하고는 법령상 봉사동물의 건강관리에 관한 규정이 없다. 대부분의 기관은 내부 매뉴얼로 봉사동물들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조차도 비공개하고 있어 구체적인 관리 방식 등은 확인할 수 없다. 현행 법령상 이들은 그저 국가 소유 ‘물건’일 뿐이다(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소방청의 119 구조견의 경우에는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서 119구조견대 편성과 운영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하위규정으로 ‘119구조견 관리운용 규정’을 두어 질병 예방 조치나 질병 발생 시 조치 등에 대해 일정 부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백이의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평소 건강관리는 백신 접종 등 아주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을 뿐이어서 중대한 질병 발견에 적합한 검사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도 우리 구조견들(토백이, 해태, 토리)이 파견돼 활약한 바 있다. 이들은 활동 중 발을 다쳤는데도 붕대를 감고 계속 임무를 수행해 주목받았다. 이렇게 자신의 몸을 바쳐 국가를 위해 일하는 동물들을 위해 우리 국가는 최소한의 대우를 해주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피해현장에 파견된 구조견 토리는 부상으로 뒷발에 붕대를 감았다. 사진은 2월14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아나돌루 고등학교에 마련된 한국 긴급구호대(KDRT) 숙영지에 있는 구조견 토리.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피해현장에 파견된 구조견 토리는 부상으로 뒷발에 붕대를 감았다. 사진은 2월14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아나돌루 고등학교에 마련된 한국 긴급구호대(KDRT) 숙영지에 있는 구조견 토리. ⓒ뉴시스‧여성신문

봉사동물들은 자신의 몸으로써 봉사를 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건강관리는 필수적이다. 국가가 이들을 단지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으로 대한다면,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정밀한 건강관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위험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한 경우 그 직후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도록 하고, 검사 항목도 연령에 따라 세분화, 차별화해야 하며, 동물들의 역할별로 어떤 질병에 특히 취약한지 등에 대해서도 자료를 수집, 정리하는 등으로 보다 정밀하고 체계적인 건강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은퇴 후의 처우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도 각 기관에서는 유선 등을 통해 입양된 봉사동물의 상황을 확인해 아주 최소한의 관리는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은퇴 후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의료 지원과 그밖에 필요한 것들을 고민해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자신과 다른 종인 인간을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친 동물들에게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김소리 법무법인 물결 변호사 ⓒ김소리 변호사 제공
김소리 법무법인 물결 변호사 ⓒ김소리 변호사 제공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