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단체 26일 국회 앞 기자회견

11개 여성 노동자회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법인 대표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26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열었다. ⓒ김민주 기자
11개 여성 노동자회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법인 대표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26일 국회 앞에서 열었다. ⓒ김민주 기자

법 사각지대에 놓인 법인대표에 의한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1개 여성 노동자회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법인 대표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었다.

현재 사업주 성희롱은 시정지시 절차 없이 성희롱 사실 확인 후 즉시 과태료 처분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법인대표는 사업주가 아닌 상급자로 취급하기 때문에 사내 시정조치 절차를 거치한다. 사내 최고 권력자인 법인 대표 스스로가 셀프 징계하고 노동부에 보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은 “서울여성노동자회는 법인대표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처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021년 11월 12일 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 제2항 개정안을 송옥주 국회의원을 통해 발의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도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사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지금 법인 대표에 의한 성희롱은 여전히 처벌을 피해가며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2년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 비율을 보면 14.7%가 법인대표에 의한 성희롱이다. 신 회장은 “법인 대표에 의한 성희롱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냐”면서 “국회는 남녀고용평등법 제29조제2항의 조속한 개정으로 안전한 일터를 구축하고, 입법기관으로서 사명과 책무를 다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디케 차혜령 변호사는 “20년 간의 입법불비를 신속히 해소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실수가 아니라 법인 대표자를 직장 내 성희롱 규제에서 제외하겠다는 국회의 의도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인대표를 사업주가 아닌 상급자로 해석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최수영 서울여성노동자회 상담실장은 “법인대표를 사업주가 아닌 상급자로 해석하는 것은 ‘법인 격’이 성희롱 행위의 주체자나 성희롱 예방의 주체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며 이로 인해 법의 사각지대에 피해자가 놓여진다”고 말했다.

11개 여성 노동자회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법인 대표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26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열었다. ⓒ김민주 기자
11개 여성 노동자회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법인 대표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26일 국회 앞에서 열었다. ⓒ김민주 기자

법인대표에 의한 성희롱이 더욱 강압적으로 작용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임 인천여성노동자회 상담소장은 “법인대표의 성희롱은 퇴사를 생각해야 하며 주변 동료의 도움도 받기 힘들다”며 “소규모 사업장은 직장 내 성희롱 조사 시 신고 내용을 그대로 행위자가 알게 되므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상담을 하며 대표의 성희롱은 더욱 강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오유진 수원여성노동자회 부대표는 “법인 사업장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법의 한계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피해회복은 불가능하다”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건의 피해자가 개인간 고소로 해결해야 하나. 왜 법인 대표가 사업주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법인 대표에 의한 성희롱 피해자 당사자 A씨는 “속한 회사가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 법인이기 때문에 대표는 상사로 분류가 되어, 대표의 성추행일지라고 법인이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처벌 정도를 결정해야 했다. 말 그대로 대표는 법인의 대표인데, 본인이 스스로를 조사하고 본인이 받을 처분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역시나 법인 대표는 징계라고도 할 수 없는 ‘경고’만 받고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행법은 피해자가 조용히 지내기만을 바라는 가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심지어 처벌할 수 있는 힘조차도 가해자에게 쥐어주었다. 이차가해로 고통받을 수 있음에도 용기를 내서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피해자들을 절망으로 내모는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법인대표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할 것 △법인대표 성희롱 처벌할 것 △안전한 일터 조성할 것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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