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외국인 가사근로자 공개 토론회
가사돌봄유니온 “졸속 시범사업 즉각 중단하라” 비판
일부 업계 “근로자 수 감소, 고령화... 도입 시급” 주장도
“돌봄은 제조업과 성질 달라... 사람에 직접 영향” 학계 우려

ⓒ이수진 기자
25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련 공개토론회’에서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정부가 저출생(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방안에 학계와 노동계의 우려와 지적이 이어졌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과 저출생 문제 해결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없다”는 보고도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련 공개토론회’를 열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상임 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저출산 대응과 여성의 경력 단절 방지를 위해서 외부 인력 활용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이 높아진 상황이다”며 “현재 고용허가제로 등록된 16개국 중 의사소통이 용이한 국가 또는 정서적 거부감이 적은 국가 중심으로 우선 협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가사 직무 분야를 대상으로 실태조사, (국민) 여론조사도 추진해서 우리 사회에 맞는 구체적 도입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와 노동계는 대책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한) 아시아 4개 국가(일본, 싱가포르, 홍콩, 대만) 중 출생률이 높다고 말할 만한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저출생 극복 및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 도입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찾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사근로자법 시행이)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내국 인력 유입의 가능성을 도외시한 채 외국 인력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가사돌봄 분야에서는 업계에서 외국인을 고용해달라라고 요구하는 주장을 하는 분을 보지 못했다”며 “실제 소비자는 원하지 않는데 왜 연구자나 정치인이 나서서 이 영역에 외국인의 도입을 요구하는지 이것부터 문제가 해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지부장은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며 “그간 외국인 가사노동자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중국으로 내밀린 동포들이다. 같은 동포인데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해도 된다는 발상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상혁 기자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지부장은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며 “그간 외국인 가사노동자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중국으로 내밀린 동포들이다. 같은 동포인데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해도 된다는 발상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상혁 기자

기존 국내 가사노동자 업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은영 YWCA 부회장은 “내부 인력에 대한 직접 고용을 부담하는 것도 지금 인증기관이 상당히 버거운 현실이다. 수익이 많이 나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인증기관이 외국 인력을 직접 고용하고 숙소까지 부담해야 된다면 현실적으로 여력이 있는 기관이 거의 없을 걸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 감독이 가능할 것인가도 문제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이렇게 됐을 경우 특정 계층을 위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사회적 갈등,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제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이런 졸속적인 사업은 당장 중단하고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며 “2017년에 이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2013년도부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우리나라의 더 많은 건강한 시니어, 경력단절 여성들이 (가사노동시장에) 들어와서 일을 하게 만들 것인가에 정부 정책이 집중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하루빨리 들여와야 한다는 업계 의견도 있었다.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는 “4시간 연속을 50분 (일)하고 10분 휴게하셔도 굉장히 중노동이다. (근로자들)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건강상 문제 등으로) 가사 노동을 연속적으로 하루에 8시간, 주 40시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외국인력의 시급한 도입을 주장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용노동부에서 이 분야가 돌봄 노동이라는 특수한 분야라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깊은 검토를 해봤냐”며 “(돌봄의) 대상이 되는 영유아나 아동, 노인의 경우는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고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가장 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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