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vs 입법권…여야 간 대립 격화
“노란봉투법·방송법도 마찬가지일 듯”

윤재옥(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정치평론가협회 출범 기념 세미나 '보수가 보수를, 진보가 진보를 평하다'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재옥(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정치평론가협회 출범 기념 세미나 '보수가 보수를, 진보가 진보를 평하다'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간호법 제정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17일부터 준법투쟁에 나선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내용을 분리해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정하고 간호사의 근무 환경 및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간호법은 지난달 27일 야당의 일방 처리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간호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되고 거부권 행사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민주당 단독 처리가 불가능하다.

직역 간 갈등은 고조됐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는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의료연대는 16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400만 회원은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17일 계획한 연대 총파업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깊은 고뇌 끝에 국회 재의결 시까지 유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의료단체 대표들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간호법안 재의요구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의료단체 대표들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간호법안 재의요구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면세점 앞에서 대한간호협회가 국제간호사의날 맞아 '백년헌신 2023 국제 간호사의날 기념축하마당'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면세점 앞에서 대한간호협회가 국제간호사의날 맞아 '백년헌신 2023 국제 간호사의날 기념축하마당'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반면 간협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준법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준법투쟁은 불법진료에 대한 의사의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간협은 설명했다. 간협은 “임상병리사 등 다른 보건의료직능의 면허 업무에 대한 의사의 지시를 거부할 것”이라며 “간호사가 거부해야 할 의사의 불법적인 업무에 관한 리스트를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협회 내 불법진료신고센터 설치와 현장실사단을 별도로 운영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간호사가 대리처방, 대리수술, 채혈,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L-tube 및 T-tube 교환, 기관 삽관, 봉합, 수술 수가 입력 등에 관한 의사의 불법 지시를 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야는 또다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6일 “대통령은 공약 파기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국민에게 공약 파기에 대해서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모든 국민이 아시는 것처럼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었다. 그 공약에 따라 여야는 상임위에서 간호법을 처리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은 공약을 지킬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전혀 없음에도 공약을 어기고 국회가 처리한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월 대한간호협회와 간담회를 마친 뒤 “간호법은 여야 3당 모두가 발의한 법안으로 안다”며 “법안(간호법)이 국회로 오게 되면 공정과 상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저희 의원님들께 잘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야권은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이 간호법을 공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4일 간호법 제정안이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민주당이 포퓰리즘적인 법안을 발의하고 정부 여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해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내년 선거에서 소통 부재, 대통령의 일방 독주라는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입법하는데 굉장히 비열하다”며 “민주당은 끊임없이 갈라치기 법, 소위 말해서 특정 사람들에 대해서 포퓰리즘적인 법안을 발의하고 정부 여당이 이것에 대해서 반대하고 거부권을 행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간호법 사태와 관련 제도적 자제와 상호 존중이 지켜지지 않아 의회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스티븐 래비츠키 하버드대 교수 등이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보면 민주주의를 지키는 두 규범은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고 강조했다”며 “정부 여당만의 문제라고 보기엔 야당도 검수완박법·양곡관리법 등 갈등 소지가 있는 법안을 합법적 권력을 가지고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야당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앞으로 정부 여당이 반대하는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을 본회의 처리할 것”이라며 “국회는 사회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그 책임은 거대야당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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