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원 40주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문유경 원장
40년 간 성평등 정책 연구·개발
“성평등에 대한 합의 만들어 가야”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홍수형 기자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홍수형 기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하 여정연)이 2023년 개원 40주년을 맞았다. 한국여성개발원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던 여정연은 이름도, 역할도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성평등 정책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사실이다. 연구원으로 입사해 여정연 40년의 역사에서 38년을 함께해 온 문유경 원장을 만나 한국 사회의 성평등 양상과 정책의 현황을 살펴보고 여정연의 지난 40년과 앞으로의 40년을 짚어봤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9월 2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취임했다. 햇수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3가지 꼽는다면.

“제일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연구원에서 내부 사람이 승진해 원장이 된 첫 사례라 직원들의 많은 환영과 축하를 받은 것이다. 두 번째로는 코로나로 소통이 어려웠던 점이다. 마스크를 쓰니 얼굴도 잘 못 알아보고, 고립돼있는 느낌이 강했다. 마지막으로는 40주년을 맞이해 실시했던 홈커밍데이다. 여정연을 거쳐 갔던 많은 분들에게 격려와 축하를 받았다.”

-국가의 성평등 정책 주관 부처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성평등 정책 추진 체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자 하는 목적으로 여성가족부가 있어야 한다면 여성가족부가 있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여성가족부가 일을 못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왜 그런 비판을 받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했으면 좋겠다. 물론 국가에서 성평등 정책을 책임지고 갖고 나가야 한다는 것과 성인지 정책의 범정부적 집행을 할 수 있는 부처가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20·30대 여성과 남성의 성평등에 대한 인식 격차가 크다.

“최근에 ‘20·30대 청년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 않냐. 우리 세대만 해도 승진, 채용, 취직 등이 힘들었지만 미래가 보장되는 사회였던 반면에 지금은 부모가 더 잘사는 사회가 됐다. 그런 것들이 남녀 모두에게 힘든 것 같다.

특히 최근에 조사한 것들을 보면 20대 남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여성들과 차이가 크게 난다. 여성들이 특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고, 이가 젠더갈등의 배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20대 여성들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아니고, 간접차별도 많은 상황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를 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성평등에 대해서 말이다. 성평등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홍수형 기자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홍수형 기자

-2022년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집계됐다. 저출산의 해결을 위해 성평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성평등과 저출산을 연결하는 정책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4차 기본계획에 성평등한 관점을 반영한 정책을 제안했었는데, 최종 반영되지는 못했다. 성평등 관점에서 만들어진 정책이 받아들여지기까지가 어려운 것 같다. 지금의 청년여성들은 가족을 우선시하기보다는 자기 일을 더 중요시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우리가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정책들이 신혼부부에게 아이를 준다든지 결혼제도에 입각한 경우가 많은데, 젊은 여성들의 인식구조와는 맞지 않는다. 부담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건 성평등 없이는 저출산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성평등 사회 구현을 위해 여정연은 40년간 노력해 왔다. 여정연이 이뤄온 성과는 무엇인지.

“제일 큰 성과는 우리의 일상에 있는 것들을 법이나 제도로 만들어서 성평등이 국가책임이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과거에는 관심이 필요한 여성들만을 위한 정책 말고는 정부 정책이 없었다. 두 번째는 성주류화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모든 부처에서 성평등 업무를 하도록 만든 것이다. 다른 부처의 업무를 성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여성에 관련된 정보·통계·연구를 지속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갖고 나아갈 계획인지.

“여전히 여성차별이 존재한다. 성별임금격차도 해결되지 않고, 고위직에서의 여성비율도 낮다. 이런 차별을 포착하고 문제의식을 끌고 나가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차별이 없고 소외받는 이들이 없도록 여성정책에서 외연을 넓혀 장애인이나 계층 문제를 살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연구해야 할 영역이 점점 더 세분화되고 전문적으로 되어가는 것 같다. 특히 융복합적인 관점에서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전문가들과 잘 네트워킹해서 그들의 전문성을 잘 활용해서 연구를 하는 방향으로 살펴나가야 할 것 같다. 

연구원의 가장 큰 지향점은 우리의 연구보고서가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쳐서 우리 사회가 보다 더 행복하고 차별없는 그런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좀 더 훌륭하고 영향력 있는 연구보고서를 쓰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연구원은 앞으로도 연구의 질을 높여서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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