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자녀 살해 후 자살 대응 국제 심포지엄’
지난해 사망 아동 40명 중 17명 피해
“복지 서비스 못 받을수록 자녀살해율 높아”
‘요주의 상황’은 가정폭력 이력, 부부 파탄 등
한국, 금전 문제·육아 스트레스 등도 영향 미쳐

토론에서 보건복지부 문성혁 아동학대대응과 사무관이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토론에서 보건복지부 문성혁 아동학대대응과 사무관이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자녀를 살해하고 양육자 본인도 자살하는 일이 심각한 아동학대라는 인식이 높아졌다. 언론도 더 이상 이런 사건을 ‘동반 자살’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12일 고영인, 인재근 의원과 세이브더칠드런 등이 공동주최한 “‘개인의 비극’ 너머 대안을 묻다” 국제 심포지엄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은 행사 시작에 앞서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한 온정적 시각 대신 국가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대중의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여론이 실질적 대책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며 이 자리를 통해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주 모나시대학교 테아 브라운 명예교수는 자녀살해 사건 가해자의 특성을 설명했다.

브라운 교수는 “사회 서비스 제공이 부족할 때 자녀 살해율이 높다는 게 밝혀졌다”면서도 “여러 요인이 합쳐져 발생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의 경우 이에 더해 금전적 요인, 육아 스트레스, 혼인 관계 등의 요인도 있었다”며 문화적 특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요주의 상황’(Red Flags)이라는 일종의 경고 지표를 파악했다”며 “가정폭력 이력이 있거나, 동거인이나 배우자와 파탄났거나 파탄 직전인 사람, 통제적인 성향 등이 보일 경우 자녀 살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녀 살해 후 자살 문제 대응을 위한 “‘개인의 비극’ 너머 대안을 묻다” 국제 심포지엄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수진 기자
자녀 살해 후 자살 문제 대응을 위한 “‘개인의 비극’ 너머 대안을 묻다” 국제 심포지엄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수진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보건복지부 문성혁 아동학대대응과 사무관은 “지난해 사망 아동 40명 중 17명이 자녀 살해 후 자살 건이다. 2018~2019년은 사업 실패, 2020년도는 처지 비관, 2021년은 가상화폐 투자, 재산 탕진, 채무 상환 못 해 살해 후 자살 등 원인도 매우 다양하고, 피해 아동 연령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이두리 자살예방정책과 과장은 “일반적 자살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다. 하지만 자녀 살해 후 자살자는 남녀 차이가 크지 않다. (양육 책임 등으로 인해)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며 “자살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 사회적 안전망이 탄탄해야 한다. 금융기관 이용 시 정신건강 치료에 대해 함께 안내하는 등 적절한 단계에서 개입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 임인수 강력범죄수사과 계장은 “자녀 살해 후 자살은 당연히 범죄지만, 피의자가 자살하면 법적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돼 추가로 심도 있는 원인까지 확인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도 “공식 통계 자료 관련해서는 형사사법정보망 개선 추진 중이다. 주 담당인 복지부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 함께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은 “아동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프로토콜이 있으면 좋겠다” “온정주의와 연결되지 않도록 자녀 살해 후 생존(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주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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