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학회 제1차 학술포럼
과학기술이 여성해방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
실상은 여성을 차별하거나 외면해
남성 관점의 능력·생산성 향상 아닌
차별받는 이들과 함께 사는 삶 꾀할 때

7일 대전 유성구 대덕테크비즈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학회 제1차 학술포럼에서 정연보 교수를 비롯한 여성 지식인들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여성이 배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혁 기자
7일 대전 유성구 대덕테크비즈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학회 제1차 학술포럼에서 정연보 교수를 비롯한 여성 지식인들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여성이 배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혁 기자

정연보 성공회대 시민평화대학원 교수는 웹상의 방대한 정보들을 압축해 전달하는 대화형 AI 챗봇 '챗GPT(ChatGPT)‘에 ’미투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물었다. 챗GPT는 미투운동이 성평등 문제에 큰 역할을 했다면서도 “무고한 사람들을 피해로 끌어들이는 등의 비판은 내부에서 개선되어야 한다”며 무고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7일 대전 유성구 대덕테크비즈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학회 제1차 학술포럼에서 정 교수를 비롯한 여성 지식인들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여성이 배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첫 발제를 맡은 이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1960년대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을 비롯한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급격히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여성 신체의 한계를 해체해 노동·임신 등 여성을 억압하는 제도를 타파할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이다솜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교통신기술인 자율운전자동차와 무인항공기에 여성들은 남성보다 더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주 수요층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을 고려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발전된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데에는 여성을 고려한 제도를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혁 기자
이다솜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교통신기술인 자율운전자동차와 무인항공기에 여성들은 남성보다 더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주 수요층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을 고려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발전된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데에는 여성을 고려한 제도를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혁 기자

하지만 세탁기가 대중화돼도 빨래는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았듯, 과학기술의 발전 그 자체가 여성을 해방시키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여성의 신체와 노동력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무인항공기(드론)의 경우 배달과 촬영 등에서 최소한의 노동력을 들일 수 있어 미래기술로 각광받지만, 개인 공간에 쉽게 침범해 불법 촬영할 수 있어 여성의 안전과 프라이버시에 큰 위협을 주고 있다.

이다솜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교통신기술인 자율운전자동차와 무인항공기에 여성들은 남성보다 더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주 수요층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을 고려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발전된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데에는 여성을 고려한 제도를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성 중심의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배제하지 않는 형태로 나아갈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현재 교수는 대안으로 인간의 몸이 과학기술 및 환경과 복합적인 관계를 맺는 집합체임을 인정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인간을 우월한 존재로 규정하고 배제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인간과 교류하는 모든 존재들을 고려하며 함께하는 삶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포스트휴머니즘의 취지에 공감하며 “이상적인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의 이분법적 구분이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에는 권력관계에 따라 그 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