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재원 없고 사업 중복돼 효율성 떨어져

여성계 “폐지 시기상조”…내년 1월 최종결정

97년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해 상징적으로 조성된 여성발전기금이 폐지 기로에 서있다.

기획예산처는 8월 31일 교수 등 26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평가단의 평가결과를 인용, 현재 운용되고 있는 정부 기금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57개 기금을 39개로 정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여성발전기금은 문화진흥기금, 방위산업육성기금 등과 함께 없어진다.

기금운용평가단은 “자체 재원 없이 일반회계출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거나 자체 재원이 있더라도 사업 간 연계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여성발전기금 폐지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여성부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여성발전기금은 정부가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해 상징적으로 만든 기금”이라며 “폐지는 시기상조”란 입장을 밝혔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지방자치단체들도 정부 방침을 좇아 여성발전기금을 없앨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사회에서 여성문제 해결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여성단체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기금이 없어져도 전체 여성 관련 사업의 예산 규모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못박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정숙영 경기도 여성정책과 과장은 “일반회계 예산에서 여성관련 사업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여성발전기금이 없어지면 특히 지방에서 여성관련 사업 지원비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숙희 세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한 2004년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권한지수는 전세계 78개국 중 68위에 불과하다”면서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여성발전기금을 폐지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기획예산처 발표에 반감을 표시했다.

한편 국회여성위원회(위원장 김애실)는 내부 평가를 거쳐 10월 중 최종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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