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혁실천연대, 성범죄 목사 징계 촉구
지난 10년간 유죄 판결 받은 목회자 259명
‘주일’마다 목회자 성범죄 발생하는 셈
가해 목회자 133명 중 33명 목회 지속
징계는 상회 권한...적극적으로 나서야
목회자 성교육, 피해자 보호조치 마련 필요
목사 우상화하는 교회문화도 사라져야

신도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록 만민중앙교회 목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신도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록 만민중앙교회 목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JMS 교주 정명석의 성범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분노가 이어졌다. 하지만 과연 ‘이단’이 아닌 한국교회의 모습은 다를까.

교회개혁실천연대는 4일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서 ‘성범죄 목사 징계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의 반성폭력 활동을 보고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를 적극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기독 언론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유죄 판결을 받은 개신교 목회자는 259명이다. 그중 229명에게 징역형이 선고됐고, 151명은 구속됐다. 하지만 이들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교단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알았더라도 감쌌다. 그 때문에 신상이 파악된 가해 목회자 133명 중 33명은 목회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지난 4년 동안 300여건의 교회 성범죄 상담이 있었다고 밝혔다. 1년에 7~80건, 한 달에 6~7건, 일주일에 1~2건의 성범죄가 발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널리 알려지는 사건은 드물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 한주은 팀장은 이 같은 교회 성폭력이 반복되는 이유가 노회, 연회, 지방회(이하 상회)의 안일한 징계에 있다고 봤다.

개혁연대는 언론 보도와 자체 조사를 토대로 성범죄 유죄판결이 확정된 목회자 82명을 확인했다. 이들이 속한 상회 61곳에 징계 촉구를 위한 질의 공문을 보내 15곳에 답신을 받았다. 이 중 단 8곳만이 이미 징계했거나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의 성범죄 목사 징계 촉구를 위한 질의 공문에 회신한 15개 노회 중 징계를 했거나 하겠다고 밝힌 8곳의 목록과 그 내용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의 성범죄 목사 징계 촉구를 위한 질의 공문에 회신한 15개 노회 중 징계를 했거나 하겠다고 밝힌 8곳의 목록과 그 내용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

회신한 대부분의 상회는 퇴회나 은퇴, 이명(다른 상회로 명부를 옮기는 것)으로 징계가 불가능함을 언급했다. 고소자가 없어 징계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반응을 보인 노회도 있었다.

6곳의 공문은 반송처리됐고, 1곳의 노회는 강한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상회 61곳 중 46곳은 공문에 관해 무반응 또는 항의로 답했다. 대부분의 교단이 성범죄 문제를 한국교회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혁연대는 교회가 법의 사각지대라고 봤다.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일정기간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다. 교회는 영아부, 유치부, 초등부 등 연령별로 부서를 나눠 지속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교회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교회는 신뢰를 잃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지난 2월 무작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도덕과 윤리 고취 측면에서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70%에 이른다. ‘한국교회가 신뢰받기 위해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응답자 55%가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이라고 답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의 목사직 처리에 대한 기독교인 설문 조사 결과. ()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의 목사직 처리에 대한 기독교인 설문 조사 결과.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교회 내부에서도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에 대한 징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설문을 통해 ‘목사가 교인 대상 성범죄 시 목사직 처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개신교인 86.5%가 목사직을 영구적으로 제명해야한다고 답했다. 목회자는 44.6%만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목사직을 일정기간 정직시켜야 한다는 의견에는 49.0%가 동의했다.

징계는 상회의 권한이다. 상회는 한국교회의 주요 교단에서 목사를 임명하고 개별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해임하거나 징계절차를 밟는 것도 마찬가지다. 개별 교회는 자체적으로 재판할 수 없고, 사임 요청 등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상회에서 징계하지 않으면 다른 교회로 옮겨가 범죄 이력을 숨기고 목회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각 주요 교단은 헌법에 범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각 주요 교단은 헌법에서 범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대부분의 주요 교단에서는 자체 헌법에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성범죄를 ‘파렴치한 행위’ 등으로 정의하고, 재판에 의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범죄행위로 본다.

징계 규정이 없거나 고소인이 없어 징계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상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징계 규정이 없으면 내부 위원회 규정을 통해서 하거나, 교단 차원에서 의지가 있다면 논의해 징계할 수도 있다. 고소인이 없다면 상회가 직권으로 기소하면 된다. “없어서 못 한다는 건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개혁연대가 주장하는 이유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우리는 사이비 교회인가? 아니다. 하지만 목회자 성범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사이비 종교와 비슷해 보여 부끄럽기만 하다”며, 목회자 성범죄 예방 교육, 피해자 보호 조치 마련, 목사 우상화하는 교회문화 일소 등 자정 노력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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