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변호합니다]

ⓒ한주현 변호사 제공
ⓒ한주현 변호사 제공

아기를 데리고 한 대형마트 문화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기가 문화센터 수업만 다녀오면 밤에 잠을 쿨쿨 자니 문화센터는 육아하는 부모들에게는 거의 필수 코스다. 그런데 지난주 수업을 마치고 문화센터에 비치된 홍보물들을 살펴보던 중 눈살이 찌푸려지는 한 수업 홍보물을 마주하게 됐다. 12개월 아기부터 7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다는 이 수업은 ‘작은 동물 친구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을 셀링 포인트로 삼고 있었는데, 특히 ‘정식으로 국내 분양 또는 수입된 동물로, 예방접종을 한 안전한 건강한 친구’에 대한 ‘관찰하기! 먹이주기! 만져보기!’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홍보물 사진 속 아기들은 이구아나, 토끼, 거북이, 개구리, 라쿤 등을 만지며 동물을 ‘체험’하고 있었다.

아기를 키우기 시작하면 동물 전시장 방문은 필수 육아 코스가 된다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아기와 갈만한 곳이 많지 않은 데다가, 아기들이 워낙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확실히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동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최근 들어 젊은 부모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동물 체험 카페라는 이름의 실내 동물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아기의 본능이 꼭 ‘내가 원하면 언제든 동물을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다’는 식으로만 충족돼야 하는 걸까? 무엇보다도, 아기들이 그리도 좋아하는 동물들은 과연 동물 체험 카페 등의 동물원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 그 실태를 엿볼 수 있는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첫째, 서울의 한 동물카페 학대 사례이다.

A씨가 운영하던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카페(속칭 야생동물 체험 카페)에서는 개, 고양이, 라쿤, 알파카, 타조, 사슴, 그리고 각종 양서류, 파충류 등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운영이 엉망진창이었다. 타조는 개와 함께 전시되다가 개에게 물렸는데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다 죽었다. 사슴도 건강 이상 신호를 보였지만 역시 치료받지 못한 채 뒷다리 마비를 겪다가 죽었다. 이렇게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죽은 동물이 10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끔찍한 학대도 있었다. A씨는 화가 난다며 망치로 개를 십여 차례 가격하고 발로 차서 죽이기도 했다.

A씨의 동물학대는 내부 직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특히 망치로 개를 가격하는 끔찍한 영상이 공개되기도 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A씨는 현재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둘째, 대구의 한 동물원 학대 사례이다.

B씨가 운영하던 대구의 한 동물원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운영이 어려워지자 문을 닫았다. 문제는 남은 동물들이었는데, B씨는 동물들이 죽어서 자연스레 ‘재고처리’ 되는 방법을 택했는지 그냥 동물들을 방치했다. 야외 울타리 안에 오도 가도 못한 채 갇힌 낙타는 영하의 추위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굶어 죽어갔고, 유리로 된 실내 전시장 안에 갇혀있던 거위와 원숭이 등 역시 고드름이 잔뜩 낀 난방도 안 되는 추운 전시장 안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산책하던 한 시민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던 동물들을 보고 음식과 물을 매일같이 날라다 주며 이 끔찍한 실태를 세상에 알렸고, 최근 B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선고받았다.

B씨가 재판에서 판사에게 읍소한 사정은 이러하다. “동물원 운영 제의를 받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3억 5000만원을 투자해 운영을 시작했다”, “여러 개의 동물원과 카페, 멀티플렉스 등 사업체를 운영했기 때문에 동물관리를 직접 챙기지 못했다”, “당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로 운영 동물원들에 수입이 끊겨 어려웠다”. 한마디로 동물은 사업 운영의 도구에 불과했는데,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사업 운영의 도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 뿐이니 선처 바란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사실 대구 동물원 운영자 B씨처럼, 동물을 단지 사업 운영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동물원 운영자가 많기에 반복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례들이다.

동물원이 오히려 동물학대의 온상처럼 돼가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동물원 운영을 규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성과는 최근의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이다. 법 개정에 따라 이제는 동물원을 운영하려면 관할관청의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그냥 몇 가지 조건만 맞춰서 등록 절차를 거치면 누구나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었다.

‘동물체험’이라는 미명 하에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들도 금지된다. 거제의 한 수족관에서 ‘돌고래 서핑체험’이라며 돌고래를 발로 밟고 타게 했던 것이 대표적인 금지 동물체험의 예고, 먹이주기, 쓰다듬기 등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라쿤 등 야생동물을 실내에서 전시하는 야생동물 카페 운영도 금지될 예정에 있다.

환영할 만한 변화이지만 규제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다. 사람들은 항상 규제의 틈바구니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물 체험 카페 등의 동물원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은 사람이 원할 때면 언제든 ‘관찰하기! 먹이주기! 만져보기!’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물을 조물조물 만지며 ‘체험’하게 하는 것은 아이의 호기심은 충족해 줄 수 있겠지만 생명존중 의식은 오히려 약화할 뿐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동물 체험 카페에 가는 일에 대해 한 번 고민해 볼 때이다.

동변(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소속 한주현 변호사 ⓒ한주현 변호사 제공
동변(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소속 한주현 변호사 ⓒ한주현 변호사 제공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