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환생경제' 연극 파문

여성계, 성적비하 발언 곤혹…맑은 정치 당부

최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연찬회 도중 공연한 연극'환생경제'에서 배역을 맡았던 여성 의원들의 성적비하 발언이 언론에 보도돼 파문이 커지자, 지난해부터 선거법 개정과'국회 여성보내기'운동을 벌였던 여성계 인사들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고 당사자들은 항변하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빗대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값을 해야지”라고 발언한 여성 의원의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되면서 이들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연극의 등장인물이었던 박순자 의원은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발표한 101인 후보 중 한 사람이었다. 극중'박근애'로 출연한 이혜훈 의원 역시 101인 후보 중 한 사람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선거법 개정운동을 벌이며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을 관철시킨 여성단체들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요즘 여성 의원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며 “여성 의원들이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보여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39명의 여성 의원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성 단체들이 싸워서 쟁취한 선거법 개혁 때문이었다”며 “박근혜 패러디, 유치한 정치풍자극 파문 등을 보면서 일부 여성 의원들이 각 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로 비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국회의원 신분 깜박했다”

'환생경제' 공연한 여성의원들

비난여론에 “정치감각 미숙”

여성계 정치도구화 우려감

“부녀회장: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값을 해야지. 육××놈. 죽일 놈 같으니라고”

“번영회장: 그 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야”

지난달 28일 한나라당 국회의원 24명으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연찬회 도중 공연한 연극 '환생경제'의 일부분이다. 텔레비전과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빗댄 성적 비하와 욕설이 난무한 이 연극 내용이 보도되자, 이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이 한나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몰려들어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극에 출연해 거친 말을 내뱉은 여성의원들 역시 여론의 집중질타와 함께 개인 홈페이지에는 비난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선거법 개정운동을 벌이며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을 관철시킨 여성단체들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대표 조현옥)는 8월 31일 발표한 논평에서 “여성의원들이 대거 출연해 욕설을 퍼붓는 역을 담당했던 점은 17대 국회에서 여성정치인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던 모든 이들에게 실망과 절망을 안겨주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무 때문에 바쁜 국회의원들이 단순히 취미로 시간과 정력을 내어 이러한 저질의 연극을 연습하고 공연했는지 궁금하다”며 “그 시간과 비용을 들여 좀 더 내실있는 민생탐방이나 정책대안 마련에 활용해야 했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대해 연극에 출연했던 당사자들은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며 억울함을 항변하고 있다. 극중 부녀회장으로 나온 박순자 의원은 “앞으로 연극을 해야할지 고민”이라며 “대사를 읽으면서 찜찜한 마음이 있었지만 연극이라 생각하고 그냥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란 신분을 잠시 잊어버린 것이 문제였다”면서 “연극을 해도 국민이 국회의원의 모습으로 본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영회장으로 등장했던 송영선 의원도 “감독이 배역을 정해줘서 그냥 따라 했을 뿐”이라며 “배역을 맡은 의원 가운데 1명을 빼고 모두 초선의원들이었다. 처음이기에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렇게 사건이 소용돌이 칠 줄 몰랐다”며 “의원들간 의가 상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이 연극과 관련해 박근혜 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펼쳤으나 시간이 갈수록 사과요구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다. 김현미 의원은 “정치가 너무 천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문제를 정쟁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의원은 “여성의원 수가 많아진다고 성인지적 관점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연극에 참여한 의원들이 본인 스스로 (박근혜) 대표에게 충성심을 나타내기 위해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았나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한편으론 초선 여성의원들이 남성보다 덜 정치적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으로서의 이미지 손실 계산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례대표 선정과정이 얼마나 민주적으로 이뤄졌느냐도 비례대표가 대다수인 여성 의원들의 당내 입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 순위를 당원들의 직선 투표로 결정했으며 열린우리당도 비례대표 일부 순위를 당원과 시민들의 투표로 결정한 바 있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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