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실학제, 여성개천절, 황옥실버문화축제 등

역사 속 여성인물 재조명 활발 자본경쟁력, 대중친화력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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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막이 오르는 다양한 문화축제가 여성들을 찾아간다. 서울과 지역에서 다채롭게 열리는 문화행사들은 실학, 역사, 연극, 여성인물 발굴 등 다양한 소재와 테마로 꾸며졌다. 특히 올해는 역사 속 여성인물에 방점을 찍은 문화축제들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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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3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여성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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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열린 제1회 '칠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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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과 성에 관한 도발적인 물음 '월경페스티벌'.

먼저 메두사기획과 (사)여성문화예술기획이 주최하는 '여성실학제'는 '규합총서'의 저자이자 대표적인 여성실학자인 '빙허각 이씨'를 집중 조명한다. 메두사기획의 박혜숙 대표는 “남녀가 동등하게 실학자로서 존재했는데 다산 정약용만 부각되어 왔다”면서 “실학을 대부분 남성위주의 학문으로 생각하지만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실학이고 여성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바로 실학정신”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는 실제 규방의 부인들이 보던 요리책으로 폄하되기보다 충분한 고증과 학문적 내용을 담은 실학서로 평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최측은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리는 '여성실학제'가 '경기실학축전' 행사 가운데 하나인 만큼 일반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우기 위해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10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김해 대성동 고분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황옥실버문화축제'는 가락국의 허왕후를 조명한다. 허왕후는 차문화, 불교문화를 가락국에 심고 두 아들에게 자신의 성(性)을 물려주었던 평등여성. 황옥실버문화축제 제전위원회는 “허왕후의 모습을 통해 노인이 그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여성노인의 주체적이고 건강한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다”라고 행사의 목적을 설명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10월 3일 시청 앞 광장을 메울 '대한민국여성축제'의 주제 역시 역사 속 여성인물. 신사임당, 허왕후, 태조 왕건과 김수로왕의 부인 등 그 동안 가부장적인 통념으로 잘못 인식돼 왔거나 왜곡된 여성들을 재조명할 계획이다. 기획을 맡은 이프토피아의 최인숙씨는 “여성문제가 어디서 왔나를 돌이켜볼 때 현실의 제도를 지탱하는 가부장적인 인식, 문화가 저변에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이를 바꿀 수 있는 좋은 코드가 바로 여성인물”이라고 여성인물을 테마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7월 여성주간 행사에서 열린 '허난설헌 축제'와 '칠석제' '지리산 여신축제' 등도 이러한 문화행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편 여성인물 발굴은 아니지만 여성이 주체적으로 기획, 참여하는 제6회 월경 페스티벌과 여성연극축제가 9월 4일, 13일 건국대 노천극장과 대학로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올해 월경 페스티벌의 주제는 '혈기충천(血氣衝天)-월경하는 나, 하늘을 찌를 듯한 자신감'. 28일 명동의 프리 페스티벌 행사를 거쳐 '스윙 시스터즈'의 공연, 판소리꾼 이자람의 노래, 연극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 모놀로그 '몸의 오진''불독맨션'의 축하 공연 등이 열린다.

이처럼 풍성한 문화행사 가운데 이를 준비하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고민도 있다. 재정 마련과 대중적인 공감대 확보의 어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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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김해에서 열리는 '황옥실버문화 축제'.
'허난설헌축제'의 경우 지난 해 정부 프로젝트로 진행했지만 올해는 예산 확보가 불안정해 허난설헌의 기일인 음력 3월 27일을 축제 기간으로 정한다는 주최측의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강릉여성의전화 이혜란 회장은 “지역은 여성이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주최하기가 더욱 어렵다. 허난설헌 축제는 지역 여성이 참여하는 문화행사인 만큼 지자체는 물론 문화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메두사기획의 박혜숙 대표 또한 “2년 전 여성의 시각을 유지하면서 자본주의적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수월치만은 않다”면서 “얼마나 제대로 된 콘텐츠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인데, 남성적 기획 방식에서 지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여성적 사고방식, 여성들의 일상, 경험으로 하는 것 모두가 축제거리, 사업거리가 된다”면서 “여성적 방식으로 축제를 치르는 것과 어떻게 대중에게 친화력 있게 다가갈 것인가는 꾸준히 고민해 나갈 문제”라고 전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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