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경제계와 노동계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야당에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은  주 52시간으로 제한됐던 근로시간 제도를 최대 69시간까지 가능하도록 유연화를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 같은 개편안을 내달 17일까지 입법예고한 후 6월쯤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경제단체들은 기업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6일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낡은 법, 제도를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며 환영했다. 경총은 성명에서 “정부의 개정안에는 주 단위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는 등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노사선택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7일 논평을 내고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써 기업은 집중 근로가 필요한 시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 생산성과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노동자는 근로 시간에 대한 결정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한국여성벤처협회도 “현행 ‘1주 12시간 연장근로’라는 획일적인 제도는 산업별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기업 현장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번 개편안으로 업종 특성과 현장 상황에 맞는 근로시간 활용이 가능해져 기업의 경영애로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을 냈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의 논평을 통해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한상의는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 등은 정부가 강제하기보다 기업별 상황에 맞게 노사가 자율적으로 다양한 보호 방안을 선택할 수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 명의로 논평을 내고 “기업은 산업현장의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고, 근로자는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한 노동개혁이 경영 효율성 증대와 신규 일자리 창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계는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노동시간 유연화라는 얘기는 좋은 말로 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직장인들의 삶을 유연화해 ‘워라밸’의 예측 가능성을 무력화시킨 것”이라며 “그동안 노력해온 ‘저녁 있는 삶’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 69시간은 6일로 나누면 하루에 11시간30분인데 11시간 휴식과 4시간 마다 30분씩 쉬는 것을 빼면 딱 11시간 민주사호30분”이라며 “6일 동안 잠자는 시간 빼고 일만 하라는 얘기가 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렇게 일하고 장기휴가를 주겠다는 것인데 그게 가능할까”라며 “지금도 일이 많아서 초과 근무까지 해야 되는데 장기휴가가 가능할 수 있을지가 현장에서 의문시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단기간 집중 장시간 근로를 실체적·절차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방책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이번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장시간 근로제’의 추진으로 규정하며, 사용자의 입장만을 대변하여 사용자의 근로시간 선택권만을 절대적으로 강화하려는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양대노총은 장시간 집중 노동을 가능하게 하고 노동자의 휴식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며  노동시간 제도개악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을 예고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은 초장시간 압축노동을 조장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개편방안에서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던 ‘11시간 연속휴식 부여’조차 포기했다”라고 주장하며 “11시간 연속휴식을 하고 싶으면 1주 69시간 이상을 일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1주 64시간까지 일하라는 것으로,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1주 64시간을 꽉 채우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또 “정부안대로 연단위 연장노동 총량관리를 하게 되면 4개월 연속 1주 64시간을 시키는 것도 가능해진다”면서 “주 64시간 상한제가 현장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논평을 내고 “이번 개편안에는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은 없고 오로지 사업주의 이익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가 주도하고 결정하는 노동시간 선택권, 연속·집중 노동으로 무너지는 건강권, 근로기준법마저 적용받지 못하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와 단기 쪼개기 노동계약이 주류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휴식권은 그림의 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정책의 재탕에 불과한 실효성 없는 포괄임금제 규제, 감독을 포함해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은 결국 사용자의 이익으로 귀결될 뿐 노동자의 이익은 찾을 수 없는 독으로 가득 찬 개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