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발언, 부부교수 전임불가, 가톨릭 문건 등

가부장성 노골화…의사결정직 여성비율 한자릿수

!B2-1.JPG

!B2-2.JPG

!B2-3.JPG

종교안의 가부장제는 균열의 조짐을 보이는가. 사진 위부터 운문사의 비구니 스님들, 기독교 여성들, 1998년 첫 여성부제를 탄생시킨 성공회의 모습.

신도의 절대 다수를 점하는 여성들은 극소수 '남성'성직자의 관할(?) 하에 있다. 여신도들에겐 결정권보다 봉사와 양보의 미덕이 우선한다. 이 원칙은 각각 차이는 있지만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주요 종교를 관통한다.

한국 기독교의 가부장성이 본격적으로 논쟁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 해 11월 예수교장로회합동 임태득 총회장이 총신대 채플 설교 시간에 “여자들이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가? 안 돼!”라는 발언을 하면서 여성계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있었다. 이어 12월 감신대에선 교원 인사위원회가 초빙교수 12명 가운데 부부교수인 강남순, 권희순 박사 2명을 재임용에서 제외, '부부교수 전임불가'원칙을 고수하고 나서 논란이 일었다.

한국 기독교의 가부장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부자세습, 기업화, 상업화 등을 비판받으며 교계 안팎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한국 교회가 여성들에게 집사, 권사만 시키고 교회를 위해 기도하게 하는 등 내조의 역할을 맡기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처럼 '현모양처''삼종지도'를 주장하는 유교문화 하에서 한국 기독교는 더욱 가부장적이 됐다.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기독교가 갖는 가부장성은 크게 성서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성서 무오설'(성서가 쓰인 역사적인 맥락을 보지 않고 성서 구절을 그대로 현재 상황에 적용하는 것)과 교단 내 요직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관행, 성직자-남성, 평신도-여성이라는 위계적인 구조, 교회 내 성역할 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중요 의사결정기구에서의 배제와 여성목사 안수의 경우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교단이 해결하고 있지 않은 문제. 100여 개에 달하는 한국 기독교 교단 가운데 여성목사 안수를 가장 먼저 시작한 감리교의 경우 비혼 여성에게만 허용하던 관행을 1970년대 후반 결혼한 여성에게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1994년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와 기독교장로회에 이어 최근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성결교 등 10여 개 교단들 또한 한꺼번에 여성목사 안수를 받아들이면서 교계 안팎의 변화에 동참하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전체 목사 가운데 여성목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5%를 넘지 않고 각 교단의 총회 안에서 선거·피선거권을 갖는 성원인 여성 총대는 평균 0.5%에 머문다.

나아가 목사 안수를 받았더라도 교회 안에서 여성목사들이 설 자리는 여전히 좁기만 하다. 기독교장로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는 한국여신학자협의회의 안수경 부장은 “3년 만에 목사 안수를 받는 남자들에 비해 여성들은 5년에서 10년이 걸린다. 안수를 받고 교회를 개척하거나 2년 반 동안 단독 목회를 해야하는 데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더욱이 여성신학을 토양으로 여성주의 목회를 실현하기 위해 교회 개척에 나서는 여성목사들의 경우 영세성을 면하기가 쉽지 않다. 대교회의 부목사로 가는 경우엔 담임 목사가 주로 남성인 상황에서 여성목사들이 자기 소신 대로 여성주의적 목회를 실현하기란 힘든 실정.

여성이 조직에서 소외되는 구조는 가톨릭도 마찬가지다. 가톨릭은 교회 내 여성신자 비율이 60%, 교회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80%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운영이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여성 비율이 5% 이하에 머문다. 신을 '대리'하는 사제직엔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

가톨릭, 사제직 금녀벽 여전

지난 달 발표돼 논란이 됐던 바티칸 교황청의 '교회와 세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협력에 관하여'란 문건은 교회가 명분으로 내세우는 전통과 그에 기반한 “순종, 겸손, 충실, 기다림 등 여성의 미덕”이란 여성관이 얼마나 뿌리깊게 가톨릭의 가부장성에 토대하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이 같은 기독교의 가부장성에 대해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여성목사 안수 확대, 교회 안에서의 여성할당제 요구 등 교회 내 개혁과 여성교역자의 위상 제고를 높이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 각 교단의 여교역자회와 NCC 여성위원회, 기독여민회 등 여성 기독교단체가 연대해 각 교단에서의 여성할당제를 논의, 이를 기독여성정책협의회에서 검토해 제안한 예가 그것이다. 2001년 천주교 여성위원회, 2002년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5개 종교의 여성들이 모여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종교여성 연대'를 만드는 등 교회 안팎의 양성평등 실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남성 목회자가 변하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힘들다” “여성주의 의식을 가진 목회자가 많아져야 되고 여성들도 여성신학을 통해 신앙적으로 의식화해야 한다”

여성신학자, 기독교단체 활동가 등 한국 기독교의 미래를 우려하는 여성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불교계 성차별 근거는 팔경법

불교는 최근 들어 전국 비구니회, 조계종 내 불교여성개발원, 여성불교연합회, 불교여성회 등을 중심으로 여성불자와 비구니들의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 불교의 선맥을 이은 남성 조사들 대신 비구니사를 재정립하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불교는 알려진 대로 남녀 신도의 비율이 35%, 65%로 여성 불자의 수가 훨씬 많다. 그러나 신도회나 포교·신도단체의 임원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불자의 수는 크게 줄어드는데, 중앙신도회 대의원의 남녀 비율이 86%, 14%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구니의 경우 전체 승려의 48%를 차지하지만 전국 조계종 산하 25개 본사 가운데 비구니 본사는 하나도 없다. 지난 해 탁연 스님이 조계종 문화부장으로 임명돼 화제를 모았던 예를 보더라도 비구니들의 종단 내에서의 발언과 활동은 비교적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는 셈이다.

불교계 성차별의 근거는 '팔경법'. 여성의 출가를 허용하면서 여성출가의 조건으로 명시된 계율인 팔경법에 따르면 100년을 수행한 비구니라도 오늘 출가한 비구에게 먼저 인사를 해야 하고 존대는 물론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의 역자 세등 스님은 “팔경법이 있는 이상 근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비구니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수행하고 활동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불교는 비구 중심주의가 강하다. 비구니계를 받을 때 비구니 스님한테 받은 뒤 또 한 번 비구 스님한테 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구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비구니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대외적으로 여성교무들의 지위가 높고 활동이 활발한 원불교의 경우 3년마다 시행하는 '정녀선서식'을 올해 11월 앞두고 있다.

“여성이기보다 교역자이길 원한다”여성운동에 '초월적'인 자세를 보였던 여성종교인들이 조금씩 사회로 나오며 은폐됐던 종교 안의 성차별성에 대항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종교가 가진 가부장제의 벽은 아직까지 높기만 하다.

임인숙 기자isim123@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