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가능하다는 이유로 편의 제공하지 않은 수사관
방어권 실질적으로 제한했다고 봐… “차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경찰청과 소방청이 소방‧경찰공무원 경력직 채용 시 응시할 수 있는 연령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으나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29일 밝혔다. ⓒ홍수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발달장애인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수사관을 주의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홍수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발달장애인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수사관을 주의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진정인은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은 장애인으로, 2022년 4월 A경찰서에서 두 차례 피의자신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진정인은 담당 수사관에게 본인의 장애 사실을 알렸으나, 형사사법절차상 발달장애인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 배정, 신뢰관계인 제공 등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다.

이에 대해 담당 수사관은,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을 재구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반적인 발달장애인과 달리, 진정인은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장애인등록증을 제출하거나 별도의 편의를 요구하지 않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신문조사를 진행하였다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어휘, 문법 등 형식적 언어기술이 손상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1. 사회적-감정적 상호성의 결함, 2. 사회적 상호 작용을 위한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행동의 결함, 3. 관계 발전· 유지 및 관계에 대한 이해의 결함’ 등의 특징이 있으면 자폐 스펙트럼장애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비록 진정인이 외형적으로 언어구사 능력이 원활하다 하더라도,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그 자체로서 진정인이 발달장애인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6항은 사건관계인이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형사사법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을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담당 수사관은 진정인의 장애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등에 대하여 파악하였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아울러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 제13조 제2항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달장애인을 조사 및 심문할 때에는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을 배정해야 한다”며 “담당 수사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에게 진정인의 사건을 인계하지 않아 진정인의 피의자로서의 방어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제한하였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피진정인이 발달장애인인 진정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상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6항, 「발달장애인법」 제13조 제2항 등을 위반한 것으로서, 헌법 제12조에서 정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되며, 장애인 차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고, 이에 인권위는 A경찰서장에게 담당 수사관을 주의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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