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순의 양성평등정책 속으로]
2018년 서초구에서 전국 최초로 제정
성평등한 양육문화 확산 및
고용 차별 해소 기대

주한스웨덴대사관과 여성가족부가 공동주최한 제3회 ‘대한민국의 아빠’ 육아 생활 사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재홍씨의 ‘등원시키기 대작전, 오늘도 미션완료’ ⓒ주한스웨덴대사관 제공
주한스웨덴대사관과 여성가족부가 공동주최한 제3회 ‘대한민국의 아빠’ 육아 생활 사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재홍씨의 ‘등원시키기 대작전, 오늘도 미션완료’ ⓒ주한스웨덴대사관 제공

서울시 서초구는 2018년 7월 여성의 ‘독박육아’ 해소를 위해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급 조례’를 제정했다. 지금까지 육아휴직 정책은 국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기에 지방정부 예산으로 아빠에게 육아휴직 장려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획기적이다.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육아휴직 기간이 긴 편이지만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1년 기준 25.6%에 불과하다.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4.1%로 엄마의 65.2%와 비교하면 16배 차이가 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19개국의 육아휴직 성비는 대략 3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남녀 편차가 두드러진다. 

2021년 국회입법처가 발행한 보고서에 의하면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대체율’이 낮아서이다. 육아휴직 급여가 낮으니 통상 소득이 낮은 여성이 육아휴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22년 12월 통계청 자료.
2022년 12월 출생아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 자료=통계청 제공

월 30만원씩 최대 360만원 지원
생활 체감형 조례 파급력 커

서초구는 2020년부터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으로 월 3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는 최초이며 아직 유일하다. 전국 지방정부 중 부산시 수영구와 함께 지원 기간이 12개월로 가장 길고, 최대 360만원으로 가장 많은 큰 금액의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서초구 여성보육과 자료에 의하면 2020년 936건에 2억8000여만원, 2021년 1033건에 3억1000여만원, 2022년 1244건에 3억7300여만 원을 집행했다.

‘서초 토요프랜대디스쿨’ 등 아이와 친밀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아빠 육아교실이 일찍부터 진행되어온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아빠의 육아 능력은 아빠 육아휴직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필수 사항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앞으로도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아이 키우기 좋은 서초’를 만들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조례는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틈새를 메꾸는 첫 시도를 했다는 측면에서 독창적이다. 서초구가 2010년부터 독자적으로 추진해온 산모 돌보미·아이 돌보미·손주 돌보미 지원사업 등 파격적인 육아 지원정책을 감안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 조례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서초구 공무원의 말에 따르면 서초구 구정연구단이 낸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남성의 가사·육아 시간이 길어질수록 둘째아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와 남성 육아휴직이 2배 증가함에 따라 출산율이 7%나 상승했다는 캐나다 퀘백시의 사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전국 최초로 조례를 제정했지만 바로 시행하지는 못했다. 정책 수혜 대상자를 고용보험에 가입돼있는 남성 육아휴직자로 제한하다 보니 자영업자나 공무원은 혜택을 볼 수 없었다. 그 문제가 논란이 되어 2019년에는 육아휴직 장려금 예산 편성을 하지 못했다. ‘전국 최초 시행’이라는 타이틀은 인천시 남동구와 계양구에게 넘어갔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에 따르면 지난해 110,555명 대비 2022년 전체 육아휴직자 수는 131,087명으로 18.6%(20,532명) 증가했다. 남성은 30.5%(8,844명), 여성은 14.3%(11,688명)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2022년 전체 육아휴직자 수는 13만1087명으로 남성은 30.5%(8,844명), 여성은 14.3%(11,688명)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22개 지방정부 조례 제정·입법예고
아빠 ‘육아휴직할당제’ 논의 시작해야

성평등한 가정과 직장을 만드는 아빠 육아 휴직 장려금 지원 조례는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국의 조례 및 규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전국 22개의 지방정부가 조례를 제정했거나 입법예고 중이다. 앞서 언급한 지자체 외에 인천 서구·동구·연수구, 세종 본청, 경기 광명·여주·평택·양평·하남, 충남 아산·천안, 충북 청주, 전남 본청·광양·영광·해남, 경남 거제·거창이 그곳이다.

고용보험 전산망에 등록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육아휴직자는 13만1087명으로 남성 비중은 28.9%(3만7885명)로 크게 늘었다. 2017년(남성 비중 13.3%)에 비해 15.6%가 증가한 수치이다. 아빠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중앙정부의 제도 개선과 함께 2019년부터 시행된 지방정부의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정책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2022년 9월부터 광역 단위에서는 처음으로 ‘일·생활 균형지원조례’를 개정해 가족친화 인증기업에 소속된 남성 육아휴직자를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월 30만원씩 최대 18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도 2023년 9월부터 엄마, 아빠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할 경우 최대 24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라남도는 비용 추계 및 기초자치단체와의 예산 매칭 등을 검토하여 2024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아빠 육아휴직 지원정책이 광역 지방정부까지 확산된다면 아빠 육아휴직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중앙정부는 육아휴직 급여를 현실화하는 것을 전제로 아빠 ‘육아휴직할당제’로 화답해야 한다.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아지면 민간기업에서 육아 공백을 이유로 여성 채용을 기피하는 관행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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