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야3당이 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용혜인의원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야3당이 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용혜인의원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장관의 직무와 권한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때까지 정지되었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대통령실은 "의회주의 포기이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저지른 일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의회주의 폭거”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탄핵소추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을 탄핵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수행했다"고 자평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은 소추의결서에 이상민 장관이 “헌법에 규정된 국가의 의무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국가공무원법 등 법률을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헌재는 이 장관이 실제로 헌법과 법률의 해당 조항을 위반했는지를 살펴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단지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무능했던 것인지, 아니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던 것인지에 대한 헌재의 판단에 따라 여야 가운데 어느 한쪽의 손이 올라가게 되어있다.

그런데 다시 이렇게 헌재의 심판에 따라 정치가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자율적으로 원만하게 풀어가는 것이 우선이지, 이렇게 법으로 정치를 해결하려는 상황은 정치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게 된다.

행안부 장관의 직무가 정지되는 비정상적인 국정상황을 낳은 1차적 책임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지 않은 윤석열 정부에게서 찾을 수 있다. 참사에 대해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이 어느 정도이든 간에, 무려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와는 그 배경과 성격이 분명 다르지만, 경찰과 관계당국이 예방대책을 제대로 강구했거나 신고전화들에 곧바로 대응했다면 막을 수도 있는 참변이었다. 그렇다면 재난 대응의 주무 장관이고 경찰에 대한 지휘 책임을 갖고 있는 행안부 장관의 책임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었다. 법적 책임 여부를 따질 것 없이 이 장관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도리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시종 ‘이상민 책임론’에 대해 선을 긋고 그를 보호하는 입장만 취해왔다. 그러니 야당이 탄핵소추를 꺼내들어도 공감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게 된 것이다.

반대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의 선택도 대단히 정치적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 장관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헌법에 규정된 탄핵소추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헌법 65조 1항은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를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명기하고 있다.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다는 근거는 아직까지 입증된 것이 없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 수사도 종결되었지만 이 장관의 위법한 행위에 대한 내용은 수사 결과에 없다. 그러니 민주당의 탄핵소추는 일단 직무정지를 시켜 윤석열 정부에게 타격을 주고 보자는 정치적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 만약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지 않고 기각되는 경우, 민주당은 무리한 탄핵소추를 했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되어있다. 그런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민주당이 ‘이상민 탄핵’을 밀어붙인 것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를 의식한 맞불용 성격이 커 보인다. ‘너희가 우리 쪽을 건드리니 우리도 반격을 가한다’는 식 아니겠나.

결국 집권세력과 야당 양쪽이 절반만의 진실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 절반은 똑같이 무리를 한 것이다. 그래서 ‘이상민 탄핵’은 어느 장관 한 사람의 진퇴를 넘어 우리 정치의 현실을 상징하고 있다. 결코 물러서지 않고 어떻게든 상대를 제압하려고만 하는 정치. 그러니 상식은 번번이 외면당하고 오기의 대결만이 남게 된다. 결국 헌재의 심판 때까지 무의미하게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정치. 이러니 민생에 쏟을 에너지가 어디 남아나겠나 싶다. 누가 이기고 지든, 국민에게는 의미없는 정치게임이 되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홍수형 기자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홍수형 기자

 

키워드
#탄핵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