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목소리 이어갈 예정
비동의 간음죄 ‘동의’ 여부 의미 알리는 활동도
시민단체 어려운 상황… 시민들 관심 필요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한국성폭력상담소

제3차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에 포함됐던 비동의 간음죄 검토 계획이 발표 반나절 만에 철회됐다. 가장 문제적인 부분은 2010년대 초반부터 논의된 사안을 단 8시간 만에 철회했다는 사실이다.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해 오랜 시간 싸워온 이들이 있다. 바로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김혜정)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자의 곁에서 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란 부소장을 만나 올해 계획을 들어봤다.

친족성폭력 생존자와 연대자 약 100명이 29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제2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친족성폭력 생존자와 연대자 약 100명이 29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제2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그는 2023년의 계획을 소개하기 전, 2022년을 돌이켜봤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2년은 매우 바쁜 해였다. 최 부소장은 “2022년 반성폭력 과제 10개를 뽑아 정책 제안을 하고,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들이 모여 공동대응을 한 것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하반기에는 이것이 확대되어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여성 단체에게 여성가족부 폐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슈다. 최 부소장은 올해의 슬로건으로 ‘지워지지 않는 이들의 흔들림 없는 연대’를 선정했다고 밝히면서, “여성가족부라고 하는 성평등 전담 부처가 대통령의 의지 하나만으로 없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성평등이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에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외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외관 ⓒ한국성폭력상담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동의 간음죄’ 이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최 부소장은 “비동의 강간죄 관련해서는, 일반 시민들의 인식을 달리할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진행해왔다. 작년에는 적극적 합의와 관련된 워크숍을 하고 교육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강간죄 개정은 법개정 운동과 성문화 운동이 같이 간다고 생각한다”며 “일반 대중에게 동의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리고 설득하고 제시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3년 5월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내부의 큰 변화가 찾아온다. 바로 상근 변호사 근무와 법률팀 신설이다. 최 부소장은 “성폭력 피해 상담이 법률 상담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제 상근 변호사가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피해자분들에게 법률적인 조언을 해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격주로 하고 있는 법률상담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예약이 밀리면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고 한다.

법률팀 신설, 활동가 확충 등 내부적 인력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에 있지만 상담소의 상황은 쉽지 않다. 최 부소장은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실태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고, 실제로 현장방문이 있었다.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관리감독의 강화가 시민사회의 영역을 좁게 만들어 정부에 대한 감시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도 연락이 왔다. 상담소에 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저희 논평이나 카드뉴스를 공유하면서 좌표를 찍고 민원을 넣으라는 단체 행동을 한 모양이더라. 이 또한 저희의 활동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느낀다. 이런 문제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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