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권센터 개소 1주년]
‘성평등 국회’ 만들기 일환으로 설립
“국회의원 조사하려면 법적 장치 필요”
3명뿐인 인력·감사관 직속인 점 한계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1월 14일 국회 소통관 3층에서 ‘국회인권센터’ 현판식을 개최했다. ⓒ국회사무처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1월 14일 국회 소통관 3층에서 ‘국회인권센터’ 현판식을 개최했다. ⓒ국회사무처

헌법기관인 입법부 내 인권 보호를 책임지는 ‘국회인권센터’가 개소 1주년을 맞았다. 국회인권센터는 국회의 70년 역사 가운데 지난해 첫발을 디뎠지만 아직 국회 내에서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점, 국회의원에 의한 인권침해 구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센터 권한 강화 등이 개선사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국회인권센터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3층에 있다. 인권침해·차별, 성희롱·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상담과 조사 및 교육과 정책개발 업무를 수행한다. 사무실 외에 별도의 상담실을 마련해 이용자의 비밀 유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국회인권센터는 올해 7월엔 국회 근무자 5000명의 인권 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한 인권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제1차 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할 전망이다. 지난해 63건의 상담을 실시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29건(46.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권침해가 20건(31.7%), △성희롱·성폭력이 11건(17.5%), △차별행위는 3건(4.8%)이었다. 신고는 성희롱·성폭력 5건(38.4%)으로 가장 많았으며 인권침해 4건(30.8%), 직장 내 괴롭힘 4건(30.8%)이었다.

센터가 설립되기까지 수많은 부침이 있었다. 국회인권센터는 2018년 미투운동을 계기로 설립이 논의됐지만 진행이 지연됐다. 2020년 헌정사상 첫 여성 부의장인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취임해 국회인권센터 설립에 힘을 실었고, 2021년 ‘국회사무처 직제’ 개정 및 시설과 인력을 확보해 지난해 1월 14일 현판식을 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수형 기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수형 기자

당시 국회부의장이었던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성평등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 자문위원회를 만들었고 여러 안중에서 국회 내 여러 가지 차별과 젠더 불평등,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인권 문제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센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국회에서 받아들인 결과”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센터의 존재를 알고 있어도 위계 관계로 인해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고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어 국회 내 모든 구성원에게 센터를 홍보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인력 늘리고 독립된 조직으로 개편해야”

현재 국회인권센터는 센터장과 전문상담사, 인권보호관 총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회사무처 직제를 보면 국회인권센터는 독립된 조직이 아닌 감사관 소속이다. 시행규칙 제6조에는 감사관 밑에 감사담당관·윤리심사자문담당관·국회인권센터장 각 1인을 둔다고 명시돼 있다.

센터의 적은 인력과 감사관 소속인 점이 문제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지난달 31일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방지 제도화 위한 토론회’에서 “감사관 소속이 아닌 사무처 내에서 독립성을 가진 조직으로 개편하고 조직 인원 확대, 여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인권센터 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3층에 걸린 국회인권센터 입간판 ⓒ여성신문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3층에 걸린 국회인권센터 입간판 ⓒ여성신문

“국회의원 조사 가능하려면…법제도적 장치 필요”

지난해 9월 30일 국회의장으로부터 임명된 박숙미 국회인권센터 센터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가해자가 민간인이거나 국회의원일 때 국회인권센터의 조사가 가능하게 하려면 국회 내부의 인권센터 운영 규정을 넘어 많은 법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박 센터장은 “센터가 보좌진까지는 상담 조사 가능한데 국회의원에 대한 조사는 법률적인 검토를 끝낸 결과 근거가 없다”며 “국회사무처 소속인 인권센터는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을 넘어서서 조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국회법을 개정하거나 의원들 스스로 그 역할을 부여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개편된 직제를 보면 센터 직원 확충을 하라고 한다. 인력이 2명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라며 “더 큰 고민은 인권센터는 각종 인권 침해를 포괄하는 상담과 조사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해야 하는데 현재는 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회 내 센터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방훈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회장은 7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의 보수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와 워라밸 붕괴 등으로 인해 보좌진의 이직률이 높은데 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기구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며 “센터가 독립된 조직이 아니다 보니 인권침해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사무처나 의원회관의 눈치를 볼 수 있지만 무관용 원칙을 통해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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