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수·뮤지컬 배우·CEO 테이
올해로 뮤지컬 데뷔 11년째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세 번째 출연...베토벤 말년 연기로 호평
“뮤지컬은 제게 채워가는 재미 큰 ‘연습장’
음악·뮤지컬·사업 모두 열중하려 노력...
매너리즘 없이 계속 욕심 나서 즐거워”

가수, 뮤지컬 배우이자 요식업 CEO인 테이.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가수, 뮤지컬 배우이자 요식업 CEO인 테이.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발라드 황제’, 뮤지컬 배우, 요식업 CEO... 테이(40·본명 김호경)는 참 다재다능한 스타다. 성공한 사업가, 진솔한 면모로 대중의 호감을 산 연예인이기도 하다. 사업을 쉽게 생각하는 동료 연예인들에게 “연예인은 개꿀”이라고 일침해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올해로 11년째 뮤지컬 무대에 서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음악의 성인(樂聖)’ 베토벤으로 변신했다. 인기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마지막 시즌 공연 무대에 서는 그를 지난 1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루드윅’은 유년기의 아픔, 청력 상실, 조카를 음악가로 키우려던 집착 등 베토벤에 관한 유명한 에피소드들을 정성스레 모은 뮤지컬이다. 귀가 들리지 않자 절망하는 베토벤 앞에 나타나 생의 의미를 일깨우는 진취적 여성 ‘마리’도 인상적이다. 베토벤의 유년, 청년, 말년을 각각 다른 배우가 맡아 삶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김주호, 박민성, 백인태, 김준영, 정재환, 조훈, 임세준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테이의 말을 빌리면 “‘빡세기로’ 유명한 추정화 연출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빡센’ 작품”, “다른 뮤지컬을 하면서도 그리워했던” 작품이다. 말년의 베토벤으로 분한 그는 거장의 놀라운 창작열, 조카를 향한 비뚤어진 애정, 생을 반추하는 회한을 뛰어난 노래와 연기로 표현해 호평받고 있다. 초연 이듬해인 2019년 재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세 번 연속 출연했다. “이제 보이는 것도 많아졌고 무대가 더 신나고 재미있어졌다”며 “‘루드윅’은 “더 큰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다면 더 좋은 극”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처음엔 노년 역할이 싫었는데 제 가수 생활과 맞물리는 점이 많더라고요. ‘아이는 키우는 게 아니라 자라야 하는 것’이라는 대사처럼 지나치게 욕심내고 집착하면 망가지죠. 음악을 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음악으로 치유되고, 하나의 틀을 깨고 나면 더욱 내 것이 된다는 것도 공감이 갔어요.”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서 말년의 베토벤으로 분한 테이.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서 말년의 베토벤으로 분한 테이.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연예인을 꿈꾼 적은 없었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가수가 되자마자 스타 반열에 올랐다. 2004년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로 데뷔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도 버즈 히트곡 ‘모놀로그’ 리메이크로 다시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연기가 재미있어서” 뮤지컬에 도전한 지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중·대극장을 바삐 오가는 인기 배우다. 2012년 뮤지컬 ‘셜록홈즈’를 시작으로 ‘명성황후’, ‘잭 더 리퍼’, ‘광주’, ‘사랑의 불시착’, ‘안나, 차이코프스키’ 등 무대에 섰다.

“베토벤처럼 제게도 음악은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해요. 가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제 모든 인맥은 음악을 하면서 생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힘들고 즐거운 것도 다 음악과 연결돼요. 다만 베토벤은 위대한 음악가고 저는 소박한 음악가죠. 하하.”

뮤지컬은 그에게 “연습장”이다. “공부할 때 여기저기 메모하다가 제대로 하려고 연습장을 사잖아요. 그 연습장을 채워가는 게 재미있어요. 제가 그간 참여한 작품들과 그때 만난 배우들을 최근에 돌이켜봤어요. 데뷔작 ‘셜록홈즈’ 팀도 다시 만났죠. 앞으로도 연기를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고민하고 계속 연습장에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뮤지컬 무대가 무척 고마워요.”

초기에는 일부러 연습실 근처에 숙소를 구할 만큼 배역을 이해하고 몰입하려 노력했다. 역할에 지나치게 몰입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퇴장하는 순간 그를 맞는 스태프들의 얼굴만 봐도 빠져나오는 법을 알게 됐다고 했다.

언젠가는 트랜스젠더 로커 ‘헤드윅’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뮤지컬 ‘헤드윅’은) 가수로서 펼치는 퍼포먼스가 서사에 들어가는 작품이라 제가 재미있게 잘할 수 있을 듯해요. 어릴 때 했던 록 밴드에 대한 향수도 있고요. 독특한 인물이라 겁나기도 하지만 엄청난 매력을 지닌 작품이라 꼭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서 말년의 베토벤으로 분한 테이.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서 말년의 베토벤으로 분한 테이.

‘루드윅’에서 테이는 베토벤이 느끼는 자만과 부끄러움의 상반된 감정을 연기한다. “저도 늘 자만하고 반성하고 겁먹어요. 무대 위에서 노래를 잘했을 때는 자만했다가 다음엔 또 실망하기도 하고요.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그래요. 리더, 총책임자로서 완벽할 수 없다는 걸 느끼죠.”

2018년 자신의 이름을 딴 햄버거 가게 ‘테이스티버거’를 열었다. 테이가 직접 만든 햄버거를 먹어 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요식업을 권유했다고 한다. 서울에 매장 2곳을 운영하면서 연 매출 10억원을 넘길 정도로 성공했지만, 자만하진 않는다. 오히려 자영업자의 고충을 솔직하게 토로하며 공감을 얻었다.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와 ‘절친’인 가수 이석훈이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도 요식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말하자 “연예인(가수)이 개꿀”이라고 대꾸한 일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그게 방송에 나갈 줄 몰랐는데, 하하하.... 원래 하던 일이 최고라는 뜻이었어요. 사업을 제2의 피신처처럼 생각하고 쉽게 뛰어드는 연예인들이 많거든요. 제가 연예인이니 하는 말인데 (사업은) 생각보다 힘들어요. 하던 일이 아닌 다른 일에 도전하는 게 쉽지 않아요. 쉬운 부분만 바라보고 뛰어들면 고통 속의 고통, 지옥이죠.”

‘대식가 먹방’으로도 주목받으며 한동안 사업가·예능인으로 대중에 각인됐는데, 최근 발매한 곡들이 인기를 끌며 “저를 가수로 봐주는 시선이 다시 많아져서 즐겁다”고 했다. 올해 신곡을 발표하고 콘서트도 준비할 계획이다.

테이는 가수, 뮤지컬 배우, 사업가 모두 “본업”으로 여긴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이 다 중요하고 부업은 없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어요. 무엇도 질리거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갈 방향이 보이고 자꾸 욕심이 생겨요. 그래서 즐거워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