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동자에 별이 떠 있어”“애기야, 가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거부하기엔 너무나 매혹적이고 감성적인 드라마 속 황태자들의 '닭살어록'이 인기다.

다음 카페 '명대사 명장면'에 기록이 남아 있는 닭살 어록의 원조는 MBC 드라마 '호텔리어'의 해외파 호텔리어 신동혁(배용준 분). 서진영(송윤아 분)에게 “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상대만 선택해왔어요. 그런데 이번엔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난 이미 시작했거든요”라며 다소 은유적인 표현으로 호감을 표시한다. 그 뒤를 이은 '옥탑방 고양이'의 부잣집 아들 이경민(김래원 분)은 마늘 까기가 부업인 남정민(정다빈 분)에게 “네 눈동자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 두세 개쯤 떠 있어”라며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닭살 어록의 수위는 점점 높아져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 등장하는 망나니 재벌 2세 정재민(조인성 분)은 이수정(하지원 분)에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기다려! 다 버리고 올게”라고 마음을 고백한다. 또 아버지에게 “아무 것도 필요 없어요. 그 여자애만 허락해주세요”라고 간절하게 비는 모습에 여자 시청자들은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불새'의 재벌 2세 서정민(에릭 분)도 빼놓을 수 없다. 이지은(이은주 분)에게 키스하기 위해 그가 던진 대사 “한 걸음만 앞으로 가겠습니다”는 서정민 어록 첫 줄에 올라 있다. 또 바다에 빠진 이지은이 깨어나자 “어디서 타는 냄새 나지 않나요? 지금 제 가슴이 타고 있는데…” 등 보통 사람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말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시청자들의 비명과 감탄을 자아냈다.

최근 드라마 어록의 계보는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두 남자 주인공으로 이어진다. 극중 삼촌, 조카 관계인 한기주(박신양 분)와 윤수혁(이동건 분)은 발랄함이 유일한 장점인 강태영(김정은 분)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애정을 과시한다. 윤수혁은 강태영과 같이 살던 집을 나와 “이 안에 너 있다. 네 맘 속에는 누가 있을지 모르지만 내 맘 속에는 너 있다”는 대사를 시작으로, 강태영에게 “(삼촌에 대한 마음은) 여기까지만이다. 더 앞으로 다가가지는 말고. 그리고 최후에 선택해주는 게 나였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낸다. 돈은 많지만 인간관계엔 한없이 서툰 한기주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독특한 유머감각이 더해지는 것이 특징. 곤경에 빠진 강태영의 팔을 잡아끌며 던진 “우리 애기 놀란 거 안 보여요? 애기야, 가자!”는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 1순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였다. 또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좀 서툴러. 도덕 시간에 졸았거든.” 진지한 표정으로 내뱉는 한기주 식 농담이다.

부족한 것 없는 남자 주인공이 평범해 보이는 여자 주인공에게 바치는 사랑의 헌사는 현실과 동떨어질수록, 한없이 유치해질수록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강압적인 것 같으면서도 무방비하게 자신의 마음과 여린 심성을 드러내는 황태자들의 어록은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동호회와 카페를 통해 시청자들의 가슴에 기억되고 있다.

이 시대에도 로맨티시즘은 영원하다는 것을 반증하듯.

서김현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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