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2기 박근혜호 본격 출범

국보법 등 민감 사항 분명한 목소리...성희롱 패러디에도 강한 불쾌감 비쳐

9월 정기국회가 리더십 데뷔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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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3기 출범 반대”지난 19일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42%의 압도적 지지로 대표로 선출된 박근혜 대표의 언행과 행보에 변화가 일고 있다. 임시대표 시절, “지나치게 말을 아낀다”는 지적을 받았던 박 대표는 최근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20일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생 경제 회복과 선진 정치문화 구현을 약속했다.

박 대표는 전당대회 다음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4월 총선기간 중 겪었던 일을 예로 들며 자신에 대한 비난이 부당함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돌아가신 분(박정희 대통령)을 자꾸 들먹이며 후광을 입었다는 얘기를 듣는데, 나는 결코 후광을 입으려 한 적이 없다”면서 “4월 선거기간 때는 (결혼을 하지 않아)'대가 끊긴 게 다행'이란 말까지 들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죽은 사람(고 박 대통령)과 싸우겠다는 건가”라 되물으며 “정치문화가 감정으로 대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신에 대한 정치 패러디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건과 관련해선 “입에 올릴 필요가 없는 한심한 일”이란 반응을 보였다.

호주제 폐지 등 민법개정에 관해서 박 대표는 “개인적으로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지만 당내 입장을 수렴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3월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휘청이던 한나라당의 대표로 전면에 나서며 4월 총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박근혜 대표를 둘러싼 시각은 여전히 갈라져 있다. 여성에게 문호가 굳게 닫혀 있던 정치판에서 여성 당대표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박 대표는 새시대의 아이콘으로 부각되기도 했지만 '독재자 아버지의 후광을 입은 정치인'이란 꼬리표는 늘 그를 따라다니며 정치적 입지를 옥죄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박 대표가 야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여성단체들은 3월 임시대표 선출 때와 마찬가지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우리가 말하는 여성성은 생물학적 여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박근혜 대표가 갖고 있는) 독재자의 딸이란 상징적 이미지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구 부장은 “박 대표는 4월 총선 때도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향수를 자극하는 발언을 많이 했고 선거에 활용했다”며 “과거 관행을 답습하는 정치행태를 보인 박근혜 대표를 여성주의 가치를 갖는 정치인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형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은 여성단체뿐 아니라 시민들이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를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은 자생력이 아니라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부소장은 “강력한 리더십은 본인의 역사의식과 철학에서 나온다”며 “박 대표는 대중적 인기만 있을뿐 철학과 역사의식을 국민들로부터 검증받지 못했다”며 “박 전대통령에 대해 역사적 사실은 인정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철학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자신과 직접 연관된 문제를 초월할 수 있을 때 탄탄한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박 대표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대안이 있는 반대'를 해야 하며 '선언과 이미지에 의존한 정책 발표가 아닌 국민 체감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9월 시작하는 정기국회는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데뷔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는 20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찾은 모든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당 관계자는 박대표의 이런 인사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만큼 언론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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