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트라우마로 극단 선택한 학생 유족 문자 공개
생존자·유족 트라우마 지원 및 대응현황 전수조사 요청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용혜인의원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용혜인의원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9일 이태원 참사의 트라우마로 인한 생존자들의 죽음도 참사의 희생자로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용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기관보고에서 “2주 전 이태원 참사의 10대 생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것”이라며 “모두가 아파했던 순간에 국무총리는 ‘의지가 더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피해자 탓을 했고, 심지어 이틀 전 기관보고에서조차 사망자 수를 158명으로 집계하며 10대 생존자 학생의 죽음을 없는 양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로 친구들을 잃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 학생의 어머니가 보낸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용 의원에 따르면 극단 선택을 한 10대 학생의 어머니가 보낸 메시지엔 “정부의 어떠한 기관으로부터 저희 아이가 죽은 이후로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다”, “행안부가 우리 가족은 현행 재난관리법상으론 유가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용 의원은 해당 문자를 받은 시점이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이 참석했던 기관 보고에서 유족 연락처를 참사 초기부터 갖고 있었다는 것을 기관장들이 사실상 인정하고 제대로 살피겠다고 했던, 그 기관 보고가 있고도 하루가 지난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도 (행안부는) 여전히 ‘연락처가 없어서 연락을 못 했다’, ‘유가족이 아니다’ 같은 말만 늘어놓고 있다”며 “유족이 직접 연락해야지만 연락하는 게 무슨 원스톱 지원이고 유가족에 대한 예우인가”라고 맹공했다.

용 의원은 “이 학생은 정말 살아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안 가도 된다고 해도 굳이 학교에 나가고, 운동이 좋다고 운동도 끊어서 주 2회 헬스도 나갔다고 한다”며 “정부 당국과 국회의 부당한 처우로 인해 한 명이라도 더 잃으면 안 되는 것 아니겠냐”고 호소했다.

용 의원은 △트라우마로 인한 생존자 죽음을 참사 희생자로 인정 및 지원할 것 △생존자 및 유가족 대응 현황 전수조사 △행정안전부 추가현안보고 △원스톱지원센터 등 해당 기관의 사과와 재발방지조치 등을 촉구했다.

다음은 A 학생 유가족 문자 내용.

안녕하세요. 저는 이 주 전 10·29 참사 때 두 친구를 잃고 트라우마로 인해 생을 마감한 A 학생 엄마입니다.

 

제가 연락드린 이유는 유가족 지원을 위한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라든지 정부의 어떠한 기관으로부터도 저희 아이가 죽은 이후로는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덕수 총리가 치료 의지 부족이 아쉽다고 저희 아이에 대해 말씀하시더니 결과적으론 개인의 의지부족으로 인한 죽음으로 정부에선 여기는 모양입니다.

 

제가 원스톱 지원센터에 하도 답답해서 이틀 전 직접 연락을 했더니 어리둥절 반응을 보이며 행안부에서 직접 전화한다며 통화를 마쳤고, 오늘(28일) 행안부에서 온 전화는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으로 일관하며 우리 가족 같은 경우 현행 재난관리법상으론 유가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절차를 알아보고 있었다는 믿을 수 없는 답변만 늘어놓았습니다.

 

제가 굳이 원스톱센터에 문의를 안 했으면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 뻔한데, 왜 저에게 그럼 아이가 죽은 2주가 지나도록 전화 한 통화도 없었느냐 물으니 행안부는 유가족의 연락처를 모르기 때문에 연락할 수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제 아이는 이번 참사로 인한 희생자입니다. 참사 직후 극심한 혼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신 상담 치료 한번 못 받고 죽었습니다. 부상자이자 생존자였고 가장 소중한 친구 둘을 잃은 상황이었는데 정부에서 해준 것은 진료비 약값 청구하면 주겠다는 것밖엔 없었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두서없지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연락드립니다. 의원님 불쌍하게 삶을 마감한 우리 아이 억울한 상황 한번 살펴봐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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