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한 세상에 분노의 칼날 겨누는 폭발적 연기
블랙코미디 요소 더해 웃음 전하기도
강필석, 신성록, 이규형, 전미도, 김지현, 린아 등 출연
2023년 3월 5일까지, 샤롯데씨어터.

기괴한 소리가 극장을 가득 채우고, 핏빛 조명이 무대를 비춘다. 그러나 불쾌하지 않다. 아내와 딸을 잃은 이발사 ‘스위니토드’의 복수극은 약 3시간 동안 이어지지만,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사진 ⓒ오디컴퍼니(주)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사진 ⓒ오디컴퍼니(주)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터핀 판사로부터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복수를 꿈꾸는 이발사 스위니토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위니토드가 세상에 칼날을 겨눌수록 그의 복수를 돕는 파이가게 주인 러빗부인의 가게는 번창하는 기괴한 상황이 펼쳐진다. 파격적인 이야기를 선보이는 뮤지컬 ‘스위니토드’지만 2016년 한국에서 공연된 이후 꾸준히 사랑받았다.

부조리한 세상에 분노를 거침없이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 깊다. 올해 스위니토드 역에는 강필석, 신성록, 이규형이 선다. 모두 처음으로 스위니토드 역을 맡아 각자만의 새로운 노선과 디테일을 선보인다. 파이가게 주인 러빗부인 역에는 전미도, 김지현, 린아 등이 캐스팅됐다. 자칫 엽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표현해낸다. 러빗부인들은 모두 경력직이며, 특히 전미도는 러빗부인 역할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사진 ⓒ오디컴퍼니(주)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사진 ⓒ오디컴퍼니(주)

중간중간 섞여있는 블랙코미디 요소가 특징적이다. 특히 1막 엔딩곡인 ‘A little Priest’에서 스위니토드와 러빗부인이 파이의 재료로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의 맛을 떠올리며 세상의 부조리함을 비판하고 위트있게 해석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파안대소를 자아낸다. 기본 대사와 배우들의 애드립을 구분하는 재미도 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사진 ⓒ오디컴퍼니(주)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사진 ⓒ오디컴퍼니(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성 캐릭터가 다뤄지는 방식이다. 러빗부인은 뚜렷한 개연성 없이 토드에 대한 애정을 쏟아내기 때문에, 러빗부인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조안나의 경우에는 터핀판사의 ‘욕망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점이 관객들에게 불쾌함을 전해줄 수도 있다. 조안나가 터핀판사의 입양한 딸이기 때문이다. 잠깐이지만 루시 또한 ‘정숙한 여인’이었다는 점이 강조된다는 점도 아쉬운 지점 중 하나다.

또한 복수극의 시작을 차곡차곡 알리던 1막과 달리 2막에서는 내용이 휘몰아친다. 눈깜짝할 사이에 내용이 전개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스위니토드의 복수극 뒤에 숨겨져 있던 반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일부 관객들에겐 이가 조금은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사진 ⓒ오디컴퍼니(주)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사진 ⓒ오디컴퍼니(주)

당황스러움을 더해주는 것은 넘버다. 같은 멜로디가 다양하게 변주되고 불협화음이 화음을 만들어내는 넘버는 관객들에게 낯선 느낌을 준다. 그러나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어쌔신’ ‘컴퍼니’ 등 여러 작품으로 인기와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곡가 겸 음악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인 것 답게,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 자기도 모르게 넘버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2023년 3월 5일까지, 샤롯데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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