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15회 의암 주논개상’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사진=본인 제공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오랫동안 여성들을 위해 애써 왔던 것들을 인정받았다는 차원에서는 감사한 일입니다. 더 일을 많이 한 여성들이 있는데 제가 상을 받게 돼 쑥스럽기도 했습니다. 의암 주논개님은 학교 다닐 적 교과서에서 변영로 시인의 ‘논개’라는 시를 통해 알았으나 속속들이 알지는 못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좀 더 인물에 대한 공부와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됐습니다.”

제15회 의암주논개상에 추대된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은 “주논개님에 대한 잘못된 사실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추대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 센터장은 “장수 지역에서 주논개님을 대단하게 기리고 있고 각종 기념행사를 통해서 그 정신을 이어가려는 군과 지역주민의 노력에 숙연함마저 느끼게 됐다”고 했다.

의암 주논개상은 매년 한국여성 중 논개처럼 나라와 사회, 공익을 위해 공헌한 사람을 논개상으로 추대하는 제도다. 논개의 애국충절 정신을 선양·계승하기 위해 설립된 (사)의암주논개정신선양회가 2007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논개상에 추대되면 장수군민의 이름으로 충의관과 논개상 증서,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된다.

논개상에 추대된 전 센터장은 30여년 간 여성 인권과 역량 강화, 지위 향상에 힘 써왔다. 그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정치외교학 석사를 거쳐 전북대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주변 선배 여성 정치인들의 추천과 권유로 초대 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 소장을 맡았고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 아동과 청소년 보호, 여성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일했다. 현재는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을 이끌며 지역 성평등 문화 확산과 여성 경력단절 예방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감정노동 직원 힐링 프로그램. 사진=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감정노동 직원 힐링 프로그램. 사진=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전 센터장은 올해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가 “전라북도 여성들의 구심체”가 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았다. “아주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전라북도 여성들의 구심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고, 전라북도의 출연기관으로서 전라북도와 여성들을 잇는 가교로서의 역할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11년째 진행한 젠더문화축제를 비롯해 시·군을 찾아다니며 유아 성인지 감수성 인형극, 초등학생 성평등 패널 씨어터, 조부모 양성평등 교육, 농촌지역 여성 이장 대상 우리 동네 젠더 스쿨을 실시했다. 유아 자녀를 둔 젊은 아빠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렌디 스쿨,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2030청년 성평등 클럽, 릴레이 성평등 페스티벌을 통해 젊은층의 성평등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또 전북 광역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전북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경력단절여성 대상 직업교육과 훈련, 취업 알선 등 여성취업을 위한 활동들을 해왔다.

센터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북 지역은 성평등 지수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여성가족부 ‘2020년 지역성평등보고서’). 전 센터장은 “성평등 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도정에서 여성 고위직의 비율이나 여성 정치인의 비율을 좀 높여야 하는데 그 점에서는 도지사의 역할이나 정당의 역할이 좀 더 커져야 할 것 같다”며 “여성계의 합일된 요구와 목소리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지방소멸’도 전북 지역의 현안이다. 전북의 합계출산율은 0.85명으로 10년 전보다 0.56명 줄었고 전북 10개 지역이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전 센터장은 “일자리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들이 떠나고 청년들이 떠나니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과 청년들은 문화시설이나 쇼핑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인가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전북은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다”며 “신임 도지사를 비롯해 지역 단체장들이 경제를 부르짖고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수도권 위주로 형성된 경제구조가 쉽게 바뀌기 어려운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움직임이 지역의 성평등정책 추진체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고 후속 작업들도 이어지고 있어 아무래도 지역에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복지나 일자리 관련해서는 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이관한다고 해도 지금 여권의 성평등 관련 인식을 보면 이 부분은 아무래도 힘이 덜 실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2023년에는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와 전북연구원 부설 여성정책연구소를 합친 통합 기관이 탄생한다. 전 센터장은 “통합 기관이 만들어지면 전라북도 여성들의 목소리가 도정이나 의회에 전달되는데도 힘이 실릴 것”이라며 “여성정책이나 양성평등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동력이 생길 것이다”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여성 일자리 관련해서도 비정규직이나 일시적 일자리가 아닌 좀 더 안정되고 지속가능한 상용직을 더 많이 발굴해서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돕는 일에도 더욱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면서 “결국 일할 수 있는 권리가 곧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벌어 먹여 살린다는 것의 의미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 기관이 명실상부하게 전라북도 여성들의 구심체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모색해야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