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부 독서 모임'은 생긴 지 8년 되었다고 했다. 그 날은 모두 열두 명이 자리를 함께 했는데, 모임을 만든 사람에서부터 처음 참석한 사람까지 골고루 섞여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그 전 달 선정한 책을 각자 읽으며 느낀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모임의 말미에는 다음 달에 읽고 토론할 책을 정한다고 했다. 독서 모임을 마치고 점심도 같이 먹고, 때론 야외에서 모이기도 하고, 또 아주 가끔은 멀리 떠나 하룻밤 같이 자면서 단합대회를 하기도 하면서 서로 끈끈하게 엮여 좋은 친구, 선후배들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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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모임에 참석하게 된 것은, 전 달에 모여 책을 정할 때 '나이듦'이란 주제 아래 소노 아야코의〈중년 이후〉와 졸저〈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를 골랐다면서, 이왕이면 책을 쓴 사람이 직접 와서 독자들과 함께 이야기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후배의 권유 때문이었다. 후배는 그 독서 모임의 오래된 회원이었다.

내가 쓴 글에 대해 이야기하면 늘 부끄럽고 쑥스러워 자리를 피하고만 싶은 초보 저자로서 무척 망설여졌지만, 노년과 노년 준비를 강조하는 처지에 그런 자리를 마다할 명분은 어딜 둘러봐도 없었다.

처음 참석한 회원들도 있어 자기 소개를 먼저 하기로 했는데, 그냥 나이와 이름만 말하기보다는 자기의 별명과 가장 자신 있는 일, 가장 자신 없는 일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을 간단하게 종이에 적어 그것을 중심으로 자기 소개를 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이라 해도 다시 한 번 서로의 마음속을 헤아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았다.

한 바퀴 돌며 자기 소개를 마친 후, 자연스레 두 권의 책을 중심으로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자신이 그려온 중년의 삶과 현실 속 중년의 삶이 지닌 차이 때문에 우울하다는 이야기에, 자신에 대한 불만족과 상황에 대한 불평이 합쳐져서 나이듦에 대한 불안이 확대되는 것 같다는 말이 이어진다. 한 편에서는 보톡스라든가 태반 주사와 같은 나이듦을 억지로 막는 임시 방편들에 대한 태도는 물론 개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겠지만, 나이듦을 영원히 미룰 수는 없기에 자신은 '받아들이는 용기'를 발휘하겠다는 결심을 책 덕분에 확실하게 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노년 준비에 대한 생각에도 변화가 있다고 했는데, 누군가 자기 점검과 자기 반성 없이는 바른 노년을 맞이하기 어렵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하자, 옆에 앉은 또 다른 회원이 이야기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평생 질문하며 산다면 노년을 버틸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러면서 만나는 사람의 수에 따라 지혜로워진다는 말처럼, 자기 고집으로 버티기보다는 열린 자세로 다른 사람과 만나면서 자신의 나쁜 점을 고치고 바로 세워 나간다면 꽤 괜찮은 노년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인다.

그때, 한 회원이 툭 던지는 말, “아무리 그래도 늙는 건 싫어!” 나이듦을 거부하고 역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진지하게 말하던 회원들이 모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웃음과 공감이, 늙는 게 정말 싫지만 아무도 피할 수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늙음은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조건이며 존재 자체가 지닌 운명이자 숙명이기 때문이다. 목숨 붙어 있는 한 늙어감이야말로 우리가 끝까지 풀어 나가야 할 과제다. 숙제를 가장 잘 하는 지름길은 미루거나 회피하지 않고 직면해서 한 가지씩 해나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말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유경/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cafe.daum.net/gerontology

treeapp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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