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별 불균형 개선 권고 일부만 수용
성차별 개선 권고했더니 성차별 인식 드러내

인권위는 4일 어린이날 100회를 맞아 인권위원장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홍수형 기자
인권위가 A대학교와 해양수산부에 승선실습생 선발 시 성별 불균형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지만 A대학교와 해양수산부는 권고를 일부만 수용했다. ⓒ홍수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승선실습생 선발 시 성별 불균형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지만 A대학교와 해양수산부는 권고를 일부만 수용했다. 인권위는 A대학교와 해양수산부가 인권위 권고의 취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운사의 입장을 대변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지난 5월 31일 승선실습생 선발 시 성별 균형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A대학교의 여학생 현장실습 비율을 남학생과 동등한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 △국내 선원이 근무하는 선박의 시설현황을 점검하여 여성 선원의 승선을 위한 실질적 개선 조치를 취할 것 △해기사면허 소지 선원에 대한 성별 통계를 구축할 것을 권했다.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지난 6월 2일 A대학교 측은 이를 이행하는 한편 비승선 취업을 희망하는 여학생의 진로를 지원하겠다고 회신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국내 선박의 시설 현황을 점검했으며, 선원에 대한 성별 통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A대학교 측과 해양수산부 장관은 인권위의 권고 이행 시 예상되는 어려움으로 △여학생 현장실습을 확대하는 것은 해운사에 경영리스크를 부과하여 현장승선 실습제도의 전면 폐지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여성 해기사의 승선기간이 짧은 경향을 고려할 때, 여성 해기사 양성이 향후 고급 선원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며, △선내에서 성 관련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해기사 업무는 체력이 약한 여성이 수행할 수 없는 직무이며, △여성에 대한 작업제한 규정으로 업무의 상당 부분이 남성에게 전가돼 오히려 남성 해기사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2022년 10월 18일, A대학교 측과 해양수산부장관이 인권위의 권고를 일부만 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승선실습 등 교육과정에서 성차별을 해소하고자 하는 인권위 권고의 취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운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여야 할 책무가 있는 피권고기관이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는 의견을 제출한 것은 인권위의 권고를 온전히 수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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