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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희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이사장

지금 충북의 한 작은 마을에선 학부모가 교장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있는 사건으로 어수선하다. 평화로웠던 시골 마을이 한 초등학교를 가운데 두고 교장과 학부모, 외지 출신의 학부모들과 토박이 학부모들,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 진보적인 교육위원과 보수적인 교육위원들이 대립하면서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가는 양상이다.

이에 앞서 우리단체는 지난 3월 이 사건의 당사자인 학부모 A씨로부터 상담전화를 한 통 받았다. 새로운 학교장이 작년에 부임하면서 매일 아침마다 전교생이 '건강 달리기'를 힘겹게 하고 있는데, 초등학생으로서는 버거운 거리를 뛰느라 온 몸이 땀에 뒤범벅이 된 아이들은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린다는 것이었다. 달리기의 분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불만스러워하는 아이들에게는 군대식 체벌까지 가해지고 있어 이제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학부모들이 학교장에게 건의를 해도 학교장은 자신의 교육 철학 만을 내세울 뿐 개선될 기미가 전혀 없다는 호소였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학부모 A씨는 몇 가지 더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고 상담을 마쳤다.

구체적인 내용들만 조금씩 다를 뿐 학부모단체인 우리단체는 이러한 상담전화를 종종 받는다. 문제해결의 첫 단계는 상담내용을 정리하여 확인한 후 해당학교에 공문을 보내어 일이 학교 안에서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힘써 줄 것을 당부하는 일이다. 학교측에서는 일의 진위와 추후 해결 방안을 알려오기도 하고, 교장이나 교사 당사자가 직접 해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학부모들의 상담에 응하는 우리 단체의 일상적인 활동이 선의로 전달되지 못했다. 오히려 교장은 학교 안에서 있었던 일을 학부모가 되어 가지고 밖에다 알렸다는 사실만을 크게 부각시켜 확대하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어렵게 치닫게 되었다. 충북도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우리단체에 도움을 청했던 A씨는 충북도가 도교육청으로 이 일을 이첩하여 도교육청이 진정인의 신원을 학교에 알리게 되면서 완전히 교장의 눈 밖에 났다. 교장은 주변의 다른 학부모들을 부추겨 그를 따돌리기 시작했고, 외지출신인 그에게 공공연히 '마을을 떠나라' '아이들을 전학시켜라'는 압박을 가하게까지 되었다. A씨는 오해를 풀기를 바라면서 교장을 만나고자 했으나 만나주지 않았고, 그래서 교장실로 찾아간 그와 교장이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과정에서 각각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게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도교육청은 언론에 학부모가 일방적으로 교장을 폭행해 교권을 침해한 것으로 정보를 제공하여 사건을 증폭시켰다. 결국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볼 기회도 없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수사기관은 인지사건으로 A씨를 구속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 단체가 3월에 받았던 소박한 상담내용을 생각해 보면 실로 어이없는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은 학교운영의 비민주성과 학교장-학부모간의 합리적인 의사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장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학교 운영, 리더십과 위기관리능력 부족, 학부모의 교육적인 건의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왜곡된 교권옹호구조, 아직도 남아 있는 체벌문제,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교육 관련 주체들의 합리적인 문제해결 능력의 미숙함과 한계가 뭉쳐서 빚어낸 우리교육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난 6월 11일 징역 1년을 구형 받은 A씨의 재판이 모쪼록 공정하게 진행되어 그가 하루속히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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