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4일 어린이날 100회를 맞아 인권위원장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홍수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감염자가 혈액이나 체액으로 타인에게 전파·매개할 경우 처벌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의견을 낼 예정이다. ⓒ홍수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감염자가 혈액이나 체액으로 타인에게 전파·매개할 경우 처벌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의견을 낼 예정이다.

16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헌재의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위헌법률심판 사건에 의견을 제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9조와 제25조 제2호가 위헌이라는 내용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19조는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25조 2항은 19조를 위반해 전파매개행위를 한 감염자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인권위는 해당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이들 조항의 개념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현대의학 발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인권위는 “행위 시 범죄 구성요건을 확연히 알 수 있는 명확한 법률로 처벌해야 한다”며 “‘체액’과 ‘전파매개행위’는 개념과 범위가 불명확하고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어 남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꾸준한 약물 치료를 받아 전파위험이 없는 상태일 수도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며 “이런 위반행위에 대해서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이어 “(현실적 위험을 야기하지 않는) 추상적 위험범을 처벌해 달성하는 공익은 모호하지만 ‘일반적 행동 자유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감염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도는 상당하다”며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두환 위원장은 “유엔 산하 유엔에이즈계획(UNAIDS)에서는 에이즈를 특정해 처벌하는 법이 환자들을 음지로 내몰아 예방과 치료·관리에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며 “인권침해는 물론 정책적 측면의 부작용에 대한 의견도 추가하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헌재는 서울서부지법 제청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19조와 25조2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내달 10일 공개변론에서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따지게 돼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전파매개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헌재의 심판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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