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특별법 어떻게 변해왔나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무고죄 조건 강화로 4차 개정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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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3차례 개정 과정을 거치면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성폭력특별법 제정 10년을 맞아 여성계는 근래 이슈화되고 있는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역고소를 방지하기 위해 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자료를 중심으로 성폭력 방지 관련법의 연혁을 살펴본다.
▶성폭력의 구제 대상과 범위는 점차 확장돼 2000년 성폭력과 성매매 행위의 대상이 된 청소년을 보호·구제하는 청소년성보호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사진·민원기 기자>
1994년에 첫 제정된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은 성폭력의 규제 범위와 가해자에 대한 형량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은 수사, 재판 등 사법처리절차에서 특례를 인정하는 특별법으로, 존속 등 연장의 친족에 의한 피해, 신체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처벌토록 하고 비친고죄로 했다. 또 전화·우편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버스지하철 등 공중밀집장소의 추행에 대한 처벌 조항도 포함됐다.
1997년 이 성폭력특별법이 근친간, 미성년자 등에 대한 범죄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절차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1차 개정됐다. '친족관계에 있는 자에 의한 강간' 등에서 친족의 개념을 '4촌 이내의 혈족'에서 '4촌 이내의 혈족과 2촌 이내의 인척'으로 범위를 확대했고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처벌에서 피해대상을 신체장애인에서 정신상 장애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또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을 가중처벌하고 이를 비친고죄로 했다. 특히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으며 18세 미만의 사람을 보호, 교육, 치료하는 사람이 보호받는 학생의 피해사실(비친고죄에 해당하는)을 알게 됐을 경우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1998년 성폭력특별법이 2차 개정돼 카메라, 비디오 등을 이용한 몰래카메라 범죄 처벌에 관한 규정이 첨삭됐다. 이어서 2003년 성폭력특별법이 피해자가 수사·재판과정에서 인권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현행 제도의 미비점 개선을 위한 취지로 개정됐다. 특히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장애인일 경우 수사기관에서 진술내용과 조사과정을 영상물로 촬영, 보존해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도록 할 것, 의무적으로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하도록 할 것, 공판기일에 출석이 어려울 경우 증거보전 요청을 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비디오 등의 중계장치에 의해 신문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4일 성폭력특별법 제정 1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정춘숙 서울여성의전화 부회장은 '성폭력과 무고죄'라는 발제를 통해 “성폭력 사건의 명예훼손이나 무고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말할 수 없게 만들고 오히려 가해자의 위치에 서게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성폭력 피해자의 무고죄 피고에 대한 보호'를 위해 ▲성폭력 특별법 개정- 성폭력을 '강간과 추행의 죄'가 아닌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의 죄'로 바꿀 것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조건을 강화하고 명시할 것 ▲무고죄 수사과정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자기 방어가 가능하도록 장치를 마련할 것 ▲검찰이나 판사가 성폭력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촉구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