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 젠킨스 감독 <몬스터>, 샤를리즈 테론 연기 변신 눈부셔

13세에 미혼모, 성매매 여성으로 살아간 美 사형수 실화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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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다.”

주인공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거울 앞에서 춤을 추는 소녀의 모습을 비추고, 이어 총을 들고 빗속을 헤매는 주인공의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 지친 얼굴에 남루한 옷차림, 불안한 기색으로 연신 담배를 피워대는 그의 행동은 어딘가 '비정상적'이다.

레즈비언 바에서 만난 셸비(크리스티나 리치 분)에게 누구에게서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느끼면서 에일린 워노스(샤를리즈 테론 분)의 '일탈적인' 행각은 시작된다. 셸비와 함께 도망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던 도중,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를 살인하게 된 것. 에일린은 자신을 강간한 아버지의 친구와 이름이 같아, 자기를 '대디'라고 불러 달라는 남자를 향해 두 번째, 세 번째 총구를 겨눈다. 그러나 그가 여섯 번째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영화는 주인공의 무력감과 그가 놓인 상황의 불가피함을 설득력 있게 그려 세상이 '살인'이라 명명한 그의 행동들에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이 영화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미국의 사형수 에일린 워노스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다. 1989년 첫 사건 이후 2002년 플로리다의 어느 형무소에서 사형당하기 전까지 그의 이야기는 미국 사회를 들끓게 했다.

영화로 만들어지기 이전 닉 브룸필드에 의해 두 차례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에는 사건이 발생한 후 그가 자란 동네에서 그의 이야기를 팔아먹는 데에 열을 올렸고, 심지어 그의 어머니까지 에일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신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심지어 재판과정조차 불리하게 돌아가자 에일린은 이 고단한 과정을 빨리 끝내고 차라리 죽음으로 도피하고 싶어했을 정도라고 다큐멘터리는 말한다.

영화에서 여섯 명의 남자를 총으로 쏴 죽인 에일린의 존재는 그 자체로 기괴하게 '희화화'됐다. 의존적, 수동적인 모습의 셸비와 다르게 살인을 더해갈수록 건들거리는 몸짓이나 표정, 말투 등 불안을 감추지 못한 채 '남성화'되어가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창녀는 태생부터가 문제고, 그런 사람을 가까이 해선 안 된다”고 셸비를 설득하는 집주인의 말처럼 에일린은 그 사회의 '타자', '이방인'으로서 지나치게 일탈된 존재다. 13세에 미혼모가 된 후 성매매를 시작하고 가족들에게 버려지며 사회의 냉대 속에 여섯 건의 살인을 저지르는 동안 빈곤과 불안, 무력함, 사회를 향한 공포감은 내내 그를 따라다닌다. 이렇듯 그에게 '몬스터'는 세상의 냉혹함과 현실을 의미하지만 세상은 그를 향해 '몬스터'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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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의 제목인 '몬스터'는 주인공이 어릴 적부터 타고 싶어하던 놀이기구다. 그토록 타고 싶었던 '몬스터'를 막상 타보니 '토할 것 같았다'고 말하는 에일린의 고백처럼 세상은 미혼모, 창녀, 살인범, 신경증 환자인 에일린을 철저히 '정상인'들의 사회 바깥으로 몰아내고 단죄한다. 그렇게 영화는 체포된 에일린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법정을 둘러보는 장면, 이후 사형당했다는 자막과 함께 막을 내린다.

서사 영화에 관심이 있었다는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한 사회의 타자가 어떻게 가부장적인 '정상인'들의 사회에서 '괴물'이 되어 가는가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댓싱유두> <데블스 에드버킷> <이탈리안 잡> 등에 출연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샤를리즈 테론은 비대한 몸에 신경증을 앓는 성매매 여성 역을 훌륭하게 소화, 2004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스크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내내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데에는 그의 역할이 크다. 18일 개봉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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