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시인의 대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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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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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스산한 불빛들로 가득한

가리봉동의 밤거리를 걸으며

동행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음산한 어둠으로 가득한

구로동의 골목길을 더듬으며

저무는 우리 삶 어깨동무해 주는

동행의 기쁜 날 생각했습니다



가리봉동에 엎드려 웃는 여자들이

지폐를 헤아리는 남자들의 발 아래서

여름날 수풀처럼 무성했다가

가을날 단풍처럼 무르익었다가

겨울날 눈밭처럼 휘날렸다가

진구렁 가랑잎 되어 뒹구는 길 돌아오며

동행하는 무서움 생각했습니다



유방에 불을 켠 여자들이

동해안처럼 줄선 남자들의 발 아래서

실크로드의 황혼이 되었다가

허구한 날 강태공의 월척이 되었다가

홍등가 이무기의 횟감이 되었다가

더는 내려갈 수 없는 곳, 거문도

거문도로 내려가는 길 돌아오며

동행하는 분노를 생각했습니다



오 거문도 해안에서 우는 여자들이

한반도의 썩은 물로 철썩이다가

한반도의 쓰레기로 솟구치다가

그러나, 그러나

세상의 더러움 다 걸러내고

푸른 해일 일으키며 달려오는 곳에서

깊은 바다 이끌며 돌아오는 포구에서

동행의 벅찬 힘 생각했습니다

동행의 소중함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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