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에 걸맞은 무대로 논란 잠재운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에 걸맞은 무대로 논란 잠재운 뮤지컬 ‘엘리자벳’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9.18 22:13
  • 수정 2022-09-20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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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 개막
주요배우 18명 중 12명이 새로운 얼굴
‘친분 캐스팅 루머’ 정면돌파...막 오르자 호응
다음 시즌부터 연출 등 대대적 변화 예고
“기존 ‘엘리자벳’ 프로덕션 만날 마지막 기회”
11월13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기대에도, 명성에도 부족함 없는 무대였다. ‘엘리자벳’은 뮤지컬 ‘덕후’가 아니더라도 놓치기 아쉬운 작품이다. 화려한 무대, 아름다운 음악, 앙상블의 완벽한 호흡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베테랑 배우들은 물론, 젊고 패기 있는 배우들의 무대를 보는 재미가 있다. 개막 전 캐스팅 논란은 어느새 잠잠해졌다.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이 지난 8월3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막을 올렸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이 지난 8월3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막을 올렸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엘리자벳’은 ‘모차르트!’, ‘레베카’ 등 인기 뮤지컬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가 함께 만든 독일어권 뮤지컬이다.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황실의 황후였던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1837~1898)의 삶을 그린다. 오스트리아 제일의 미인으로 불렸고, 자유분방한 성정이었지만 숨 막히는 황가의 삶에 고통받다가 암살당한 여성이다. ‘엘리자베트가 황실에 죽음을 데리고 왔다’라는 민담이 내려오기도 한다. 여기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 ‘죽음(Der Tod)’이 극에 등장해, 판타지와 역사가 결합한 동화 같은 무대를 펼친다.

1992년 오스트리아 초연 이래 30년간 7개 언어로 공연됐다. 한국에선 EMK뮤지컬컴퍼니가 논레플리카(재창작) 형식으로 제작했다. 역사적 사실 언급은 줄이는 대신 주인공 엘리자벳을 둘러싼 로맨스를 강조한다. 2012년 초연 당시 각종 뮤지컬 시상식을 석권했고, 매번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엘리자벳은 명문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자유롭고 개방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여성이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친언니의 상견례에 따라갔다가, 황제가 엘리자벳을 보고 첫눈에 반하면서 나이 열여섯에 황후가 된다.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이었다는 비엔나 궁정, 치열한 정쟁의 한복판에서 엘리자벳은 고립된다. ‘아름답지만 문제가 있는 황후’의 삶은 그때도 뜨거운 가십거리였다. 엘리자벳은 자유를 갈망한다. 엄격한 시어머니인 소피 대공비와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궁정 법도에 따라 자신이 낳은 아이들조차 직접 돌볼 수 없게 되자 엘리자벳의 우울은 깊어진다. 정치적 세력을 모으려고 헝가리 독립을 지지했으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자식들은 병이나 자살로 먼저 세상을 떠난다. 황실에 환멸을 느낀 엘리자벳은 유럽을 떠돈다. 엘리자벳의 곁을 맴돌던 ‘죽음’은 자신에게 온다면 진정한 자유를 주겠노라고 약속한다.

여성 배우의 힘이 중요한 극이다. 어린 소녀부터 머리가 희게 센 중년 여성까지, 한 배우가 모두 재현한다. 심한 외모 강박, 우울증, 분노, 고독, 회피, 체념까지 삶의 굴곡과 다채로운 정서를 고난도의 노래와 연기로 표현해야 한다. 그간 김선영, 김소현, 조정은, 신영숙 등 내로라하는 여성 배우들이 캐스팅된 이유다. 전 시즌에 참여한 ‘살아있는 엘리자벳 황후’ 옥주현은 이번에도 기립박수를 끌어내며 대활약하고 있다. 신성록, 김준수, 이지훈, 박은태, 민영기 등 기존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탄탄한 실력을 보여준다.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주역 ‘엘리자벳’ 역을 맡은 옥주현, 이지혜 배우.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주역 ‘엘리자벳’ 역을 맡은 옥주현, 이지혜 배우.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그런가 하면 10주년 공연을 앞두고 ‘친분 캐스팅 루머’가 불거져 많은 이들이 당혹해했다. 옥주현과 친분이 있는 배우들 위주로 캐스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EMK 측은 “원작자의 승인 없이 캐스팅이 불가하며 공정하게 진행됐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새롭게 출연한 배우들 몇몇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엘리자벳 역의 이지혜 배우, 요제프 황제 역으로 뮤지컬 데뷔를 치른 성악가 길병민 배우가 그랬다. 일단 막이 오르자 성악 전공자다운 풍부한 성량과 노래 실력, 생생한 연기로 호응을 얻고 있다.

호불호 여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캐스팅도 있다. ‘죽음’ 역 노민우 배우다. 넘버 ‘마지막 춤’ 영상이 지난달 공개되면서 발음·발성과 표현력이 구설에 올랐다. 지난 13일 공연에서 보니 발음과 발성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으나, 화려한 비주얼과 날렵한 몸놀림은 객석의 감탄을 자아냈다.

10주년 공연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 주요 배우 18명 중 12명이 새로운 얼굴들이다. 다음 시즌부터는 연출, 무대, 안무, 의상, 조명, 영상 등도 대대적으로 바뀐다. EMK 측은 “‘엘리자벳’ 프로덕션을 만나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엘리자벳’ 한국 프로덕션 연출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은 “10년 동안 많은 분들의 영혼으로 이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했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스태프 분들과 함께 앞으로도 ‘엘리자벳’이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1월13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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