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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과 노년을 접목시켜 발표를 하고 이어서 다함께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노인요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노인 장기요양보호'에 대해 발표를 하면, 그 다음 달에는 교통 관련 신문사 직원이 '노인 교통안전'에 대해 준비해 오고, 그 다음에는 경제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차례를 맡아 '노인복지예산안'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한다. 모일 때마다 밥값과 찻값을 합해 일인당 만원씩 내는데 강의를 맡은 사람도 회비 내는 데는 예외가 없어, '강사가 자기 밥값 내면서 강의하는 곳은 여기 밖에 없을 것'이라며 서로 농담을 주고받곤 한다.
그런데 지난 번 공부방의 주제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인 '노년준비'였다. 심리학과 가정학, 사회복지학 전공의 전문가 다섯 명이 함께 연구한 “고령 사회를 대비한 생애단계별 노년준비프로그램 개발”이란 논문을, 그 연구에 참여한 회원의 요약 발표로 듣게 되었다. 그동안 발표된 노년준비에 관한 다른 연구들과의 차이는, 같은 노년준비지만 청년기와 장년기, 중년기, 노년기로 나누어 각각의 인생 단계에 맞게 미래 설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모든 연령층이 다 참여하지는 못했고 20대와 60대의 두 집단에게만 새로 개발한 노년준비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내용은 노년에 대한 이해, 경제준비, 직업, 건강 유지 및 증진, 죽음 대비, 심리적 안정, 사회적 활동, 평생교육, 가족관계, 노인 주거 등 모두 10개 영역으로 노년을 준비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될 내용들이 다 들어 있어 누가 보나 많은 도움이 될만한 프로그램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였다. 노년준비를 잘 못 하고 있는 이유는 40%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답했지만, 노년준비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는 데는 65% 이상이 동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동의에도 불구하고 노년준비 프로그램에 자기 돈을 내고 참가하겠다는 사람은 13% 정도였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그 비용을 부담해 달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아무리 필요하고 훌륭한 프로그램이라 해도 아직 내 돈을 내면서까지 참여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었다.
두어 해 전에 내가 '중년여성들을 위한 자기성장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으로 노년준비 프로그램 기획안을 작성해 몇몇 복지관과 사회단체에 보냈을 때 예산문제로 모두 난색을 표하던 것을 기억한다. 오히려 소식을 들은 늦깎이 대학 졸업 주부들의 동창모임에서 노년준비 강의를 듣기 위해 회비를 갹출했다면서 연락해 왔다. 한걸음에 달려간 곳은 그들의 동창회가 열리고 있는 도시 외곽의 한 뷔페 식당이었다. 그들의 욕구와 열성에 감동해 땀을 뻘뻘 흘리며 강의를 했고 그만큼 행복했다. 노년준비 교육이 무상 의무교육이 되는 날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정부 예산이 배정돼 노년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실시될 때, 간간이 내용에 노년준비가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기회라도 이용해 일단 공부하자. 늙는 것도 배우면 더 잘 늙을 수 있다.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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