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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엇이 아니라 '자기 양심'에 따라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아주 소박하고 당연한 일인 듯 보인다. 그러나 실상 이 사회에서 양심에 따라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포기를 전제로 하기도 한다. 만약 대다수 사회구성원들과 국가권력이 그러한 양심에 따른 행동을 금기시하여 단죄하려 든다면, 양심에 따른 삶이란 그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포박당하기 때문이다.

▲오김숙이 여성해방연대 활동가

한국 사회에서 군대 대신 감옥행을 선택해 온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그 대표적인 예다. 수십 년 동안 여호와의 증인들이 종교적 신념에 의해 선택해 온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최근 들어 평화주의자, 인권활동가, 동성애자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예비 병역거부자로서 여성주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이들 또한 있다.

나는 지난 5월 21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세 명에 대한 무죄판결에 큰 박수갈채를 보낸다. 그 이유는 우선, 헌정사상 처음으로 '양심의 자유'를 인정함으로써 개인의 내면적 근간이 되는 기본권이 한국사회에서 확립될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사회에서 국가안보의 논리는 국민 개개인의 인권에 대한 요구를 잠재우고 양심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도록 기능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에게 허용되는 것은 국가가 허용하는 목소리에 자신을 끼워 맞추거나 그렇지 않으면 처벌로 인해 인권을 박탈당해야 하는 두 가지 선택뿐이었으며, 헌법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문구는 빈 껍데기였다. 그러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다른' 양심에 대해 인정하고 좀더 탄탄한 사회적 합의 위에 세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진일보가 여성, 장애인, 성적 소수자, 어린이,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이 소중히 지킬 수 있는 기초와 교차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논의되고 있는 대체복무제 개선 논의와 함께 더 나아가 현 군대제도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바꾸기 위한 모색 또한 광범위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논의는 비단 징집대상인 남성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몇 년 전 군가산점 논쟁 등에서 드러났듯이, 많은 남성들은 군대와 관련한 논의들에서 마치 여성은 징집대상이 아니기에 특혜를 받는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신시아 인로 등 군사주의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여성은 결코 군대와 무관하지 않으며 군사주의의 피해자임을 알게 한다. 우리 사회는 군사적 목적에 지출되는 비용이 국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일상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군사주의 문화 등에서 상당히 군사화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담보로 하는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로의 전환 모색 등 군대제도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은 전 사회구성원과 관련된 문제이며 우리 사회의 군사주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시에 군사화된 한국 사회가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구성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또한 더욱 구체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지난해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이 되어 이라크에 다녀왔다. 이라크인들에게 드리운 전쟁으로 인한 죽음과 파괴 앞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평화롭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전쟁억지'와 '전쟁수행'이라는 서로 모순된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대해 고민하는 것부터, 그리고 각자의 기본권을 소중하게 지키는 일상을 일구는 가운데 평화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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