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정의기억연대 주최 나비문화제 등
국내외 곳곳에서 기념행사 열려
여가부는 영상 기념식...윤 대통령 메시지 없어
민주당 여성위 “일본의 사죄·배상 시급...
정부, 문제 해결 책임 다해야”
국민의힘 “피해자들 아픔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

8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국내외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런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정부 기념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온라인 영상 송출에 그쳤다. 야당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한편, 윤석열 정부에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서울겨레하나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10주년을 맞아 할머니들의 증언을 담은 피켓에 붙은 할머니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겨레하나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10주년을 맞아 할머니들의 증언을 담은 피켓에 붙은 할머니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991년 8월 14일은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이다. 2012년 ‘11차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처음 기념일로 지정됐다. 

정부도 2018년부터 이날을 공식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해 첫 정부 기념식부터 매년 연설 또는 영상·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공개해왔다. 국민의힘 경선후보 시절인 2021년 9월 대구에서 피해생존자 이용수 할머니를 직접 만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약속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메시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총 240명이다. 피해 생존자는 11명에 불과하다.

제10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렸다. 현장에 설치된 대형 메시지 보드. ⓒ이세아 기자
제10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렸다. 현장에 설치된 대형 메시지 보드. ⓒ이세아 기자
제10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렸다.  ⓒ뉴시스·여성신문
제10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렸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나비문화제’를 열었다. 부스 행사에 이어 오후 5시부터 공연이 시작됐다. 사회는 정의연 홍보대사인 배우 권해효씨가 맡았다. 굵은 소나기가 퍼부어도 시민 수백 명이 우비와 우산으로 무장한 채 자리를 지켰다.

고령의 피해 생존자들의 영상 메시지에 많은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옥선 할머니는 “이것들(일본 정부)이 사죄하기 전에는 용서하지 말라. 용서하지 말고 끝까지 사죄할 때까지 말해달라”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를 공부해서 (한·일) 양국 간 바른 역사를 알고 해결해서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는 생전 찍은 영상에서 “전쟁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이 돼서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살아가는 것이 ‘평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31년 전 살아있는 증거가 돼 우리 앞에 나타난 여성인권운동가가 된 김학순, 그 의미를 기억하고 계승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남겨졌다. 그러나 역사적 정의는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며 “일본 정부는 진실을 마주하기는커녕 조직적 범죄 사실을 부정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를 모욕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의 과오를 직시하기는커녕 합의 정신을 운운하며 화해치유재단의 부활을 시도하고 굴종·자해 외교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참담한 현실에도 우리는 가해자가 수치심을 느끼는 세상,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가 무시되지 않는 세상, 여성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계속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합창 공연을 펼친 성미산학교 출신 한 학생은 “수요시위 등 활동을 하면서도 나아갈 길이 선명하지 않아 두려워지고 막막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모여 연대의 마음을 함께하며 계속하게 걸어갈 힘을 만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인권센터 보다, 포항여성회, 대학생역사동아리연합,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일본 Fight for Justice, 독일 코리아협의회, 뉴질랜드 한인모임, 호주 시드니평화의소녀상연대 등에서도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제10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렸다. 극단 경험과상상이 공연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제10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렸다. 극단 경험과상상이 공연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제10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라, 피해자들의 용기를 기억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제10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라, 피해자들의 용기를 기억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가부는 영상 기념식...윤석열 대통령 메시지 없어

여성가족부는 올해 ‘진실의 기억, 자유와 인권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을 영상 개최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유튜브 영상 캡처
여성가족부는 올해 ‘진실의 기억, 자유와 인권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을 영상 개최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유튜브 영상 캡처

여성가족부는 올해 ‘진실의 기억, 자유와 인권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안장된 충남 천안시 국립망향의동산에서 정부 기념식을 열었다. 영상은 온라인으로 송출됐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그분들(위안부 피해자들)의 발걸음은 전 세계 시민들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다가갈 수 있도록 기억의 통로 역할을 했고, 분쟁, 전시 하 인권과 자유 보장을 위한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피해자들의 지원과 시민사회, 학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30여 년의 성과가 보편적 인권문제로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위안부 문제 관련 역사적 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수집해 영구 보존하고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전시, 전문적 학술자료 제공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확산하겠다. 이를 통해 민간의 성과를 계승하는 한편 평화와 인권을 향해 미래 세대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을 극복하고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 순간부터 현재까지 치열하게 삶을 살아낸 그분들의 이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분들의 아픔뿐 아니라 인권, 평화를 위해 활동한 그분들의 궤적을 살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 기념식은 배우 김영옥, 이경신 화가, 최지윤 원예치료사, 이승호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연구원 등 위안부 피해자와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주제 영상, 여가부 장관 기념사, 시인 신영이 이용수 할머니의 ‘내 이름은 위안부가 아닌 대한민국의 딸 이용수’라는 말을 듣고 쓴 헌시 낭독, 합창 순으로 진행됐다. 합창곡은 2021년 청소년작품공모전 수상작 2곡(소녀의 사람, 소녀의 꿈)을 연결해 편곡했다.

경기 광명·시흥·포천, 강원 속초·원주, 부산과 대구·울산·경남 등에서도 각 지자체가 주관하는 기림의 날 기념식과 추모·문화행사가 열렸다. 서울 정의연 행사 외에도 일본, 미국, 독일, 호주의 30개 도시에서 약 41개 단체가 기념행사를 열었다. 

민주당 여성위 “일본의 사죄·배상 시급...정부, 문제 해결 책임 다해야”
국민의힘 “아픈 역사 잊어선 안 돼...피해자들 아픔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피해 할머니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이라며 “정부는 국제사회의 규정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반인도적 범죄임을 천명하고 피해자의 편에 서서 문제 해결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해결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음에도 윤 정부 들어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며 “지난 7월 박진 외교부 장관은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밝혀 굴욕외교라고 비판 받았다. 또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과 여성 인권 정책은 윤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으로 위협받고 있다. 국내 극우세력의 백래시 또한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회복을 가로막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는 명백히 존재했으며,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인권유린의 비극”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이 아픈 역사의 외침이 절대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편에 서서 증언과 역사적 기록을 수집하고, 연구를 지원하겠다”며 “어느 개인과 단체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이용해 사적 이익이나 왜곡된 정치적 목적을 이루지 못하도록 철저히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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