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강화한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강화한다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2.07.21 08:41
  • 수정 2022-07-21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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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위, 교육부·복지부·여가부 등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
2024년 잊힐 권리 시범사업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대상
만14세 미만→만 18세 미만 확대
셰어런팅 관련 부모 대상 교육 확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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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잊힐 권리’가 강화된다.

정부가 2024년까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본인 혹은 제3자가 온라인에 퍼진 자신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지우고 싶을 때 삭제할 수 있도록 ‘디지털 잊힐 권리’를 법제화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기본계획)을 지난 11일 발표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마련했다.

기본계획은 크게 △아동·청소년 중심 개인정보 보호 원칙 및 체계 확립 △아동·청소년 권리 실질화 △역량 강화 지원 △개인정보 보호 환경 조성 등 4개 분야다.

잊힐 권리는 현재 개별 법률을 근거로 성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다만 판단능력이 미숙한 아동·청소년에 대해선 특별법으로 이 권리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먼저 잊힐 권리를 제도화한다.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게시한 글이나 사진, 영상을 포함해 제 3자가 공유한 경우도 포함된다. 정부는 잊힐 권리 제도화를 위해 내년부터 아동·청소년의 신청을 받아 본인이 올린 게시물의 삭제 또는 숨김처리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영국의 ‘칠드런스 코드’(children’s code)와 같이 아동·청소년이 회원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경우 게시물 공개범위 기본값을 전체 공개가 아닌 ‘나만 보기’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부모 등 보호자가 아동·청소년에 관한 글·사진·영상 등을 올렸거나 제3자가 아동·청소년에 관한 비난·비방 등 부정적 게시물을 올린 경우도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신청요건은 올 하반기에 확정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잊힐 권리 심의위원회’(가칭)도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단, 범죄 수사, 법원 재판 등이 진행되고 있거나, 법적 의무 준수를 위해 삭제가 어려운 경우 등은 제외된다.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대상은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8세(또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까지 확대한다.

획일적으로 운영하던 법정대리인 동의제도도 개선한다. 현재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시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도록 돼 있어 법정대리인이 없는 아동의 경우 도서관 도서 대출, 교육방송(EBS) 회원가입 등 일상생활이 제한되는 사례가 있다. 이 경우 학교·지자체·위탁부모·아동복지시설장 등 실질적 보호자가 동의를 대신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또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 수집 시 아동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사용한 아동용 처리방침 공개를 의무화해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수집·이용·제공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기본계획은 SNS에 자녀 사진을 공개하는 행동인 이른바 ‘셰어런팅’(share와 parenting의 합성어)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아동의 개인정보 삭제를 지원하는 것과 함께 보호자를 대상으로 ‘셰어런팅’의 위험성, 자녀 연령대별 개인정보 교육 방법 등 교육도 확대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지난해 조사를 보면 11살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 86.1%가 자녀 의사를 묻지 않고 사진·이름 등 개인정보를 SNS에 공유하는 ‘셰어런팅’ 행위를 한 적 있다고 답했다.

프랑스·베트남 등 외국선 벌금형이나 실형까지 검토

해외에서는 부모가 자녀 사진을 본인 동의 없이 SNS에 게재할 경우 부모에게 법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미 진행 중이다.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자녀 사진을 본인 동의 없이 SNS에 게재할 경우 사생활을 침해한 혐의로 3만 5000파운드(우리돈 약 5500만원)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는 법리해석이 나왔다. 베트남은 지난 2018년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본인 허락 없이 SNS에 올리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아이는 부모 소유 아냐…독립된 개체로서 존중해야”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아동권리 NGO 아동권리정책팀 팀장은 이번 정부 발표가 아동청소년을 개인정보 관련 권리의 주체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강 팀장은 “아동의 동의 없는 셰어런팅을 보호자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로 보았다”면서 “아동·청소년에게 잊힐 권리도 줬다.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아동·청소년에게 줬다는 점에서 보

호적 관점을 전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 팀장은 특히 셰어런팅의 위험성에 주목했다. 그는 “부모는 아이의 정보에 대한 온라인 공유가 실제로 아동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아이는 부모의 소

유가 아닌 독립적인 개체로서 아동의 삶은 온전히 그의 것으로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SNS가 일상화된 요즘 양육 보호자가 아니더라도 아동을 접하는 사회 구성원 누구나 아동의 개인정보를 노출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일반시민 대상의 인식제고 활동도 필요함을 생각해야 한다”며 “아동·청소년의 잊힐 권리 법제화는 셰어런팅이 그들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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