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누는 삶, 평생과제로 삼았다

'느림을 온 몸으로 느껴보기. 그들 눈으로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기. 나누고 오기. 무엇이든 나누고 오기'.

3년 전 홀로 '베트남-캄보디아-태국'의 여정을 떠나면서 마음에 새긴 세 가지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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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서울의 숨가쁜 속도전에 이미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상태였다. 하여 내 여행의 첫번째 목표는 단연 '느림'을 실천하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느림은 노력 없이 얻어진 것이었다면 정작 이 세 가지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나누고 ▲마이온 사원.                                                       오기'였다.

'무엇이든 나누고 오기'에서 '무엇이든'은 대부분 '돈'이었고, 그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나는 내 부끄러운 모습에 참으로 많이 아파야 했다. 캄보디아, 그곳은 내가 이전에 여행한 일본이나 호주, 캐나다처럼 잘사는 나라가 아니었다.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나라. 변변한 산업 하나 없이 선조들이 물려준 앙코르와트 유적을 상품으로 팔아 그 돈으로 살림을 꾸려 가는 나라. 굴곡진 근현대사 속에 수백만 명이 잔인하게 학살된 킬링필드의 나라. 그렇게 가슴 가득 피맺힌 한을 간직한 사람들이 빈곤하게 사는 나라. 때문에 사람들이 비천하게 찌들려 있으리라고 상상하기 쉬운 곳인데….

무섭게 쏟아지는 스콜 폭우를 헤치고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뜨겁게 햇볕이 내리쬐고, 새까맣게 탄 알몸뚱이의 꼬마녀석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천진하게 손을 흔드는 곳.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가 제멋대로 지나가는 길 한복판에 덩치 큰 소와 말들이 어슬렁어슬렁 지나가고, 경적에 놀란 돼지새끼가 그 짧은 다리로 오동통통 뛰어가는 곳. 길 옆 따라 흐르는 실개천에는 엄마오리가 새끼들을 이끌고 바지런히 헤엄을 치고, 도대체 주인이 어떻게 구별할지 나로선 짐작도 안 될 만큼 제멋대로 자유롭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 소들이 사는 곳.

여태껏 사람과 동물이 이토록 긴장관계 없이 자유롭게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던 나에게 경이로운 충격을 안겨 준 나라. 그래서 이 땅에 첫발을 디뎠을 때부터 사랑하게 된 나라. 깊은 인상과 감동을 받기만 했던 나는 그런데 오히려 인색하기만 했다.

여행 출발지였던 베트남에서 쉴새없이 다가와 손을 벌리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잔돈 몇 푼 쥐어주면서도 점차 그들을 피해다니기 시작했고, 끊임없이 나를 불러세워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점점 질려 갔다. 나에게 1달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지만, 이들에게는 귀한 몇 끼의 밥이 되기도 하고 학비의 일부가 되기도 하며, 아플 때 사먹을 수 있는 약값이 되기도 하는데 알면서도 선뜻 내어주지 않았다. 물론 다른 여행 같았으면 한 푼이라도 절약해서 다니는 것이 배낭여행객의 미덕이겠지만, 내가 이 여행에서 배워야 할 것은 오히려 '나눔의 미덕'이었는데.

'사랑을 나누고 오겠다 결심했으면서, 넌 오늘도 구걸하는 사람들이 따라다닐까 봐 미리 걱정하더구나. 지갑에 잔 돈이 몇 푼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서야, 기/꺼/이 얼마는 줄 수 있다고, 그렇게 아주 통 큰 마음을 먹더구나. 그게 정말 '나눔'인 거니?”사랑은 필요한 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라는 믿음, 그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믿음, 그 믿음을 몸으로 실천하고 체화하는 과정이 바로 삶의 진보라는 믿음. 이러한 내 믿음과 정반대로 나는 끊임없이 양심의 적정선을 두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시엠립에서 앙코르와트 유적지까지 오토바이 운전을 해준 한 친구와 프레아 칸 사원에서 만난 어린 남자아이로 인해 확연히 깨달았다. 내가 알량한 돈 몇 푼으로 그네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음을. 내가 깎으려던 1달러가 그 친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절실히 느끼게 되면서, 내내 마음이 아팠다.

정작 나누고 오지는 못했으나 나누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준 캄보디아. 비록 그 모습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못난 모습일지라도, '그것이 나인걸. 알아야 고치지. 알게 됐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마울 뿐'.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 여전히 나누는 것이 서툴지만 내 삶의 지향점은 더욱 확고해진 듯하다. 사랑을 나누는 삶!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다. 물질이든 무형의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필요한 이들과 나누는 삶. 내게 가르침을 준 그 나라가 불현듯 사무치게 보고 싶다.

기리새롭|에코페미니스트 모임 꿈지모 회원

(사)좋은 벗들 상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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