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전과' 서진환, 중곡동서 주부살해
유족 "경찰·보호관찰소 잘못으로 못 막아"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지난 2012년 일어난 '중곡동 주부 살인사건'의 경찰과 보호관찰당국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4일  '중곡동 주부 살인사건'의 피해자 A씨 등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경찰이 범행 장소 인근에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는지 위치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으며, 보호관찰소가 서진환을 주기적으로 감독하지 않은 잘못은 법령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은 '중곡동 주부 살인사건' 피해자 B(당시 37세)씨의 유가족이다. B씨는 2012년 8월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자택에서 서진환에 살해됐다. 서진환은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2013년 무기징역을 확정 받았다.

서진환은 이 사건에 앞서 여러 차례 성폭행 등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서진환은 2004년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8월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서진환은 2011년 8월 출소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에서 B씨를 살해했다.

유족 A씨 등은 정부가 서진환의 범행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서진환이  B씨를 살해하기 전인 2012년 8월7일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으며 경찰이 범행 장소에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었는지 확인했다면 서진환을 빨리 검거해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의 잘못과 B씨가 살해된 범행 간 인과관계가 부족한 것으로 봤다.

경찰이 전자발찌에 관한 위치정보를 수사에 활용하진 않았지만, CCTV 등을 통해 다른 기초수사를 충실히 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첩보수집에 관한 규칙은 경찰청 내부 규정에 불과한 점, 당시 관할 경찰서에 인력이 부족했던 점 등을 이유로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유족 측은 보호관찰소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서진환의 재범 위험성 평가는 당시 서울보호관찰소 관내에서 9위에 해당했는데, 관련 규정에 따라 전담보호 관찰관이 월 3회 이상 대면접촉하고 이동경로 등 일일감독 소견을 시스템에 입력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2심도 경찰이나 보호관찰소가 법령을 위반한 건 아니라고 판결했다.

수사는 경찰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재량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전자발찌 부착자의 위치정보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경찰과 보호관찰소의 조치에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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