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시민단체, 인권위 진정
“찍혀도 괜찮은, 찍어도 괜찮은 불법촬영은 없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을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을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경찰의 성매매 단속 도중 영장 없이 알몸을 촬영 당한 여성이 “경찰의 위법 수사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은 1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 등 위법 채증 및 수사 관행을 근절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진정은 지난 3월 경찰이 성매매 합동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한 성매매 여성의 알몸을 촬영하고 촬영물을 다수의 합동단속팀원들이 포함돼있는 단톡방에서 공유한 데 따른 것이다. 촬영 당시 피해 당사자는 촬영에 대해 항의하는 한편 사진의 삭제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증거자료라면서 삭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혜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은 법원의 영장 없이 사법 통제를 피해서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반복돼 왔다”며 “그러나 성매매 여성의 알몸 사진은 성매매 행위에 관한 증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성매매 여성의 알몸을 가릴 수 있도록 조치한 후에 현장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 곧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이 있다”며 “그럼에도 경찰은 인권을 덜 침해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성매매 단속에서의 채증 활동과 수사 과정에서 신체에 대한 촬영 및 그 촬영물 보관·관리에 관해 촬영대상자의 일반적 인격권, 성적 자기 결정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진행된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을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에서 여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진행된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을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에서 여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

이어 여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는 “경찰의 단속 과정 중 성매매 여성 불법 촬영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 불법 촬영한 경찰과 해당 수사를 지휘, 감독한 자에게 적절한 징계와 처벌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도 이런 일을 겪으면 안 된다는 걸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날 피해 당사자도 참석해 당시 피해 상황과 침해의 심각성에 대해 성토했다. 그는 “제가 성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인권유린을 감내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인권과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에 △경찰의 동의 없는 알몸촬영과 공유 금지 △불법촬영 경찰관 엄밀 수사 및 처벌 △동의 없이 촬영한 알몸 사진 전체 영구 삭제 등을 요구했다.

무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단속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의식 없이 촬영을 했다는 것은 성매매 여성의 신체는 의사에 반하여 촬영해도 괜찮다는, 즉 보호받아야 할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으로 나누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이 촬영물은 성매매 현장에 대한 증거가 아닌 성매매 여성의 인격권을 침해하며 모멸감을 만든 불법촬영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찍혀도 괜찮은, 찍어도 괜찮은 불법촬영은 없다”고 말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리아 N번방의 분노한 사람들 활동가는 “성매매 여성도 사람이며, 성매매 여성이 법 앞에 평등할 수 있어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 진정인이 경험한 인권 침해는 법이 여성 전반을 대하는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며 “경찰의 행태는 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가 법으로 보호받을 만한 여자인가 구별해 차별하는 사법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돼있다”고 지적했다. 리아 활동가의 발언은 나무 팟캐스트 흉폭한 채식주의자들 공동기획자가 대독했다.

기자회견은 성명서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단체 102개와 개인 1096명이 연명한 성명서는 “이번 사건은 성매매 단속·수사 과정에서 지속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와 잘못된 수사 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며 △성매매 여성의 신체에 대한 불법촬영 중단 및 대책 마련 △보관 중인 성매매 여성의 알몸 촬영물 또는 복제물 영구 삭제 및 폐기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물이 단톡방 등을 통해 전송, 저장, 복제됐는지 증거 확보 및 위법 유무 수사 △촬영과 보관·관리에 있어서 지휘 감독 책임이 있는 자 징계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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