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페미니즘 입장서 가족 분석

'큰 스승'이효재 사회학자의 평생 학문세계를 제자들이 재조명하고 새롭게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사)한국가족문화원(원장 박민자)에서는 5월 14일 '이효재 가족사회학의 재조명과 21세기 한국가족'이라는 제목으로 한국가족문화원 20주년 기념 심포지엄 및 기념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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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 참석자들. (왼쪽부터) 박민자 한가원 원장, 이효재 가족사회학자, 지은희 여성부 장관, 장의순 한가원 이사장, 강득희 한가원 이사.

이 자리에서 제자들은 이효재 선생의 가족사회학을 여성학적 관점과 정치경제학적 관점이라는 두 측면에서 재조명했다. 여성학적 관점에서는“이효재 교수가 이루어낸 여성과 가족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한국의 여성학과 여성사회학의 지식생산에서 선구적이며 중요한 역할을 하여왔다”는 평가가,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는“한국의 역사문화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한 한국가족의 현실을 분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부산대 여성연구소 문소정씨는 이효재 선생의 연구가“우리의 역사문화적 현실에서 사회발전을 분석하는 제3세계 페미니즘 입장에서, 가족과 정치경제적 관계를 분석해냈다”며 “조선시대 가부장제가 일반 백성에까지 내면화되어간 한국 가족의 특수성을 설명하고자 했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이는 기존의 제도적 차원에서 가족형태의 역사적 변천에 초점을 둔 지배적인 한국가족사 연구 경향을 전환시킨 것이라는 것.

이재경 이대 여성학과 교수는“이효재 선생의 연구에서 여성·가족문제와 구조적 맥락에 대한 이론적 정교화 과정이 보충되어야 하며, 이 선생이 제안하는 것처럼 공동체적 삶의 방식이 미래의 지향해야 할 대안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도 구체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이러한 과제는 후학들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선 21세기 가족이 생활경제를 위협 당하는 문제와 이에 대한 대안도 제시되었다. 생활경제를 위협하는 세계화와 정보화, 고령화사회 등에 대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소액융자프로그램인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뱅크와 신나는 조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소생산자를 중심으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통화운동인 레츠(지방교역시스템) 운동과 한밭 레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태여성주의와 생협활동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임영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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