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소송 8년… 방치된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소송 8년… 방치된 ‘기지촌 미군위안부’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2.06.23 14:48
  • 수정 2022-06-24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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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국가배송청구소송… 대법 판결 지연
조속한 판결 및 미군위안부 법률안 통과 촉구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원고인들, 경기여성연대 등 회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가배상소송 8년, 기지촌 미군 위안부 소송의 조속 판결과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원고인들, 경기여성연대 등 회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가배상소송 8년, 기지촌 미군 위안부 소송의 조속 판결과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버려진 존재로서가 아니라 이 땅에서 당당한 한 여성인격체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원고 박OO)

2014년 6월 25일, ‘기지촌 미군 위안부’ 피해 생존 여성 122명은 국가를 상대로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시작했다. 8년이 지난 지금, 대법원 판결은 지연되고 있으며 ‘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에 조속한 판결과 입법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렸다.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은 이번 기자회견에는 △우순덕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상임대표 △기지촌 미군 위안부 피해 생존 여성 5인 △ 하주희 소송대리인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오영미 경기기억연대 공동대표 △김은진 두레방 원장 등이 참석했다.

경과보고와 인사말을 맡은 우순덕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상임대표는 “한때 대한민국은 기지촌 여성들을 애국자, 민간 외교관이라고 부르며 달러벌이 역군으로 착취했지만 현재 기지촌 여성들은 국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로부터 차별과 멸시를 견뎌내며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까지 마주한 기지촌 여성들의 삶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기지촌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이 심각했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애써 침묵해 왔다”며 “이에 2014년 6월 25일 기지촌 여성 122명이 국가재상 청구고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아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대법원이 우리 할머니들의 서러움과 한을 풀어드릴 수 있는 판결을 속히 내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지촌 미군위안부 피해 생존 여성인 김은희 씨는 국가가 기지촌을 만들었고 이를 내버려 둔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잘못한 게 무엇이기에 내 나라에서 손가락질과 버림을 받아야 하냐”며 “우리의 삶은 결코 우리가 원해서 일어난 것이 아님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지촌 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숙자 씨는 “2018년 2월 국가에 의한 폭력과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받아 매우 기뻤다”면서도 “하지만 이 기쁨은 오래가지 않아 기다림과 불안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소송을 시작한 지 8년이 지나도록 대법원 판결이 나고 있지 않다. 주변의 멸시와 차별 속에서도 우리의 눈물이 씻겨나갈 수 있도록 조속한 판결을 내려주시길 원한다”고 밝혔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가배상소송 8년, 기지촌 미군 위안부 소송의 조속 판결과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가배상소송 8년, 기지촌 미군 위안부 소송의 조속 판결과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1대 국회에서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기지촌 미군 위안부 문제는 안보 미명 아래 국가가 주체적으로 여성의 성을 수단화하고 존엄성을 해친 사건”이라며 “이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배상하고 사과하는 일련의 일들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아 답답하다”며 “여야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여성 인권 보장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소송대리인으로 8년간 소송을 이끌어온 하주희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는 “사실관계가 확인 된 이상 여성들의 피해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의 판결 여하에 불문하고 국회가 입법을 통해서 과거의 실패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이 문제를 연구해온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년을 지켜보면서 아직도 이 문제가 한국 사회에 환기되지 못하고,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대 발언문을 발표하며 “한국 대법원은 고령화되는 피해 당사자들이 사회적 멍에와 낙인을 진 채 세상을 등지기만을 바라고 있는가”라고 꼬집으며 “자유, 평등, 인권,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대법원은 조속히 피해자 앞에 정의의 등불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발언대에 선 오영미 경기여성연대 공동대표는 “경기도 미군 기지촌 여정 지원 조례가 통과된 지 2년이 훌쩍 넘었지만 지원을 미루고 있다”며 “경기도에서는 상위법이 없어 지원할 수 없다고 한다. 필요한 법을 만들라고 뽑아준 국회의원을 무얼 하고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서 몇 년 동안이나 미군 기지촌 여성 지원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으며 “국회의원도 이 나라 국민이다. 미군 기지촌 여성들만 애국자입니까. 국회의원들도 애국자가 한 번 돼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원고인들, 경기여성연대 등 회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가배상소송 8년, 기지촌 미군 위안부 소송의 조속 판결과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원고인들, 경기여성연대 등 회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가배상소송 8년, 기지촌 미군 위안부 소송의 조속 판결과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기자회견은 성착취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 두레방 김은진 원장이 성명서를 낭독하며 마무리됐다. 김은진 원장은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우리 여성들은 지체되고 있는 대법원 판결이 조속히 이뤄질 것과 무책임하게 방기되고 있는 국회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도록 대법원과 국회가 본연의 책임을 다 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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