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곧 전략…정체성·목표의식으로 승부

바야흐로 여성리더 시대. 그런 만큼 대중에게 호소력 있으면서도 상황과 지위에 걸맞는 이미지 메이킹이 요구된다. 본지는 4회에 걸쳐 국내외 여성리더들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살펴보고, 올바른 이미지 메이킹을 통한 여성리더의 역할모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리즈를 연재중이다.

4·15 총선 당시 활약한 여성 정치리더들에 대한 이미지 컨설팅을 다룬 첫 회에 이어 이번 호엔 클린턴 정부의 강력한 여권주의자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과 미국의 첫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분석한다. 이어서 최고의 여성 CEO 칼리 피오리나, 마지막으로 백악관 첫 여성 국가안보보좌관인 부시 정부의 콘돌리자 라이스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이 연재될 예정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따라붙는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어에 부합되도록 '도전'과 '신뢰'의 상징적 패션 코드를 만들어내느라 늘 고심했다.

지성·능력 겸비한 강한 자신감 '트레이드 마크'

힐러리 클린턴

'철저한 계획만이 성공이다.'

미국 상원의원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짜여진 일과를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 모습이 있기까지 그는 여러 차례 이미지 컨실팅을 받았을 것이다. 아칸소 지방 변호사 시절 힐러리와, 8년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이후의 힐러리 뉴욕 상원의원의 이미지는 철저히 다르다. 그녀는 옷, 헤어 스타일, 화장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른 두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리더의 역할모델 지표를 제시하며 국내외로 큰 반향을 일으킨 <힐러리 로댐 클린턴, 살아 있는 역사>(웅진닷컴)의 내용을 중심으로 힐러리에 대한 이미지 컨설팅을 해본다.

엘리너 루즈벨트 역할모델 '힘있는' 퍼스트레이디 변신

누구나 어머니의 처녀시절 사진이나 10년 전 자신의 사진을 보면 한마디씩 한다. “정말 촌스럽다”고.

이 말은 현재의 유행과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힐러리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힐러리의 자서전에 공개된 그의 사진만 봐도 힐러리는 공부벌레에 일만 열심히 하는 변호사였을 것 같다. 그래도 시력이 나빠 안경을 쓰는 것 외에는 외모에 대한 큰 콤플렉스는 없어 보인다. 훗날 두꺼운 잠자리 안경을 벗어버림으로써 대중에게 후한 점수를 받게 되지만 말이다. 미디어에 노출될 일이 거의 없던 학생 시절부터 변호사 시절에 이르기까지 그의 외적 이미지는 전형적인 미국의 시골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을 애써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그의 지성과 능력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존중받았기에 자신감이 충만했다는 증거다. 이미지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어울리는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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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퍼스트레이디가 된 힐러리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이 된다. 역대 어느 대통령의 부인보다 왕성한 정치활동을 보여줬으며, 그의 동반자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힐러리 자신은 엘리너 루즈벨트(26대 퍼스트레이디)를 모델로 '그녀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가상대화를 통해 문제가 되는 상황에 접근해 갔다고 한다.

◀1979년 남편 빌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로 취임했을당시. 힐러리의 두꺼운 잠자리 안경이 인상적이다.

가족애 통해 위기 극복 대중에 호의적 이미지 심어

힐러리는 가족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다져 나갔다. 성추문 사건으로 탄핵 직전까지 가는 곤욕을 치러야 했던 클린턴 대통령 옆에서 그는 결연한 의지로 자신을 조절했다. 또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로 어머니를 꼽듯이 그 역시 딸 첼시의 엄마로서 충실하게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인은 인간적인 시련을 기꺼이 감수하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줄 때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게 된다. 그가 뉴욕 상원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가족애를 높이 산 미국인들이 선택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힐러리식' 헤어 스타일로 전문여성 이미지 극대화

이미지컨설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패션이다.

힐러리는 인상의 70%를 좌우한다는 헤어 스타일의 법칙을 잘 알고 있었다. 현재는 백악관 시절 정착한 듯한 밝은 금발에 부드럽게 컬이 들어간 커트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완만한 계란형의 얼굴을 갖고 있어 헤어 스타일의 제약을 덜 받는다. 모던한 스타일로 패션의 도시 뉴욕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것도 헤어 스타일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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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의 빛과 향기는 숙성기간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힐러리에게는 포도주의 기품이 묻어난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백악관 공식 만찬회에서 엘친 러시아 대통령을 영접할 당시의 모습. 현재 고수하고 있는 힐러리 스타일의 골격이 보인다.

그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은 파란색이다. 백인의 피부에는 맑고 투명한 색이 잘 어울리는 편이다. 공식방문 일정이 있을 때는 어두운 색의 슈트를 입는다. 그러나 파티에서는 금빛 레이스가 달린 과감한 드레스를 선택한다.

힐러리에게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것은 그가 지성미를 겸비하는 한편,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산호색 코트에 브로치를 다는 바람에 베스트 드레서의 문턱에서 밀려났지만 “그래도 나는 브로치를 좋아하니까”라고 말하는 여유를 보여준 일화만 봐도 그녀는 당당하다. 힐러리는 초기에 눈썹이 짙은 화장과 튀어 보이는 노란색 목걸이를 과감히 차용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현재 힐러리는 일하는 전문여성, 상원의원의 이미지에 지성과 권위, 애국심을 극대화하는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료 제공 <힐러리 로댐 클린턴, 살아 있는 역사>

(웅진 닷컴)

매들린 올브라이트

뱀·독수리 등 액세서리로 포인트 국가 메시지 전달·체형 약점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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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입어야 하나? 머스키 상원의원 밑에서 일할 때 입던 드레스를 계속 입을 수는 없었다. 나는 온통 검정 옷으로, 화장도 하지 않은 채 시내의 고급 부티크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취임 만찬에 입고 갈 드레스를 찾고 있어요.”

내가 말했다.

“왜 그런 걸 찾나요?”

매장 직원이 빈정대듯 물었다. 그때 유명한 (백악관) 고참 여기자 헬렌 토마스가 인사를 건네 왔다.

“안녕하세요, 대사님.”

그 순간 점원의 반응은 코미디에 가까웠으며, 매장 전체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나는 다른 큰 방으로 안내되고 고급스러운 드레스가 줄줄이 내 앞에 선보였다.                            올브라이트. 독수리 모양의 목걸이가 눈길을 끈다▲

위의 상황은 올브라이트 여사가 93년 UN 대사에 임명되고 나서 첫번째 고민인 의상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다. 성공한 여성, 높은 지성과 경력이 있어 사회생활을 잘해 나온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외양을 꾸미려고 하는 욕구는 남다르지 않음을 엿보게 하는 장면이다.

1996년 12월 5일 올브라이트 여사는 여성으로선 최초로 미국의 제64대 국무장관에 임명되었다. 그의 자서전 <마담 세크러터리 Madam Secretary, 매들린 올브라이트>(황금가지)는 체코슬로바키아 망명자의 딸로 미국 땅을 밟은 지 10년 만에 시민권을 취득하고, 세 아이를 기르던 주부의 여리고 섬세한 면도 보여주는 한편, 자신이 맡은 일을 철저히 준비,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를 해결하는 능력은 역대 어느 국무장관과 겨루어도 부족함이 없는데다가 세계의 이목을 끄는 뉴스메이커의 면모도 갖춘 올브라이트의 면면을 세세히 보여주고 있다.

올브라이트는 바쁜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내일은 어떻게 입을까, 그 옷이 현재 그녀의 몸에 제대로 맞는지를 확인해야 했다고 한다(그의 체형은 상체가 보통여성의 두 배 정도일 정도로 크다). 그는 남성 양복의 넥타이와 같은 역할을 브로치로 대신해 포인트를 준 각료로 유명하다.

클린턴 행정부 1기 때, UN대사인 그를 이라크 언론이 뱀으로 표현하자 그 뒤 이라크의 고위관리를 만나는 자리에 나갈 때 뱀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나갔으며, 그때부터 그녀의 브로치는 훌륭한 정치적 메시지의 도구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국무장관이 되었을 때, 독수리 버클의 목걸이와 독수리 모양의 브로치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했고,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국방문제를 논의할 때는 미사일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또 기분이 들떴을 때는 풍선 모양을, 누군가 콕 쏘아 줄 사람이 생겼을 때는 벌 모양을, 길을 우회한다는 느낌이 들 때는 거미모양의 브로치를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노란색의 코트 정장을 입고 나타난 그의 모습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밝은 색은 몸집을 더 부풀어 보이게 하는 것을 상체가 거대한 그가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 즉 올브라이트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한국 인사들에게 각인시키고, 노란색이 의미하는 '평화'를 표현하기 위해서 그런 차림을 했으리라 짐작하니 이해가 됐다.

어쨌든 그는 옷차림이 돋보일 수 없는 체형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철학을 활용하여 스스로의 이미지를 구사한 시도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자료 제공 <마담 세크러터리, 매들린 올브라이트>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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