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계사회 남자의 '생산'능력 과대포장 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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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빠 없는 쥐' 탄생 소식은 하나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이제 남자가 없어도 되겠네”라며 어이없어하는 남성들이 있는가 하면, 한 언론은 예수 이후 최초의 '아버지 없는 탄생'으로, '아빠 없는 쥐' 탄생이 인류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신화적 상상력을 보여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공동연구진은 포유류의 발생에 왜 정자와 난자가 모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실험을 시작했고, 쥐에게 실험한 방법을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학적 실현 가능성을 떠나 '아빠 없는 쥐'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문을 던졌다.

인천개발연구원 박혜경 여성발전센터장은 “'아빠 없는 쥐'만으로 '침소봉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이 이 일을 위협이나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셨네'라는 말에서 보듯, 부계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생명을 만드는 과정에 남성들의 기여가 과포장되어 왔다”며 “남성들이 그것에 기초해서 권위를 부려왔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남성 기여가 필요없음이 과학으로 증명될 것 같으니까 위협을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남성들은 생명의 원천적인 제공자인 것처럼 자임하면서 '씨 뿌리는' 일로 아버지 되는 일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일과 공적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을 아버지의 중요한 역할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

박 센터장은 '아빠 없는 쥐' 탄생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아버지 되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부성에 대한 민감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상지대 사회학과 홍성태 교수는 '아빠 없는 쥐'는 “남자, 여자의 문제의 문제가 아닌 생명체 일반에 대한 인간의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홍 교수는 “이미 30년대부터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역설적으로 무서운 신세계를 보여줬다”며 “문제의 본질은 이 기술이 추구하는 바가 공장에서 생명을 생산하려는 데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암컷의 체세포를 이용하는 복제기술이 발달해 '아빠 없는 쥐'가 됐을 뿐, 과학적으로 여성의 자궁 환경을 똑같이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엄마 없는 쥐'가 다음 도전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선희 기자son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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