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살지 않겠다'에서 '엄마처럼 살겠다'로

여성의 사회·경제 지위 상승… 가부장제 '성'모델서 '역할'모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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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사랑받아 본 기억이 없으며 자식들에게도 외면만 당하지만, 그래도 딸에게는 밍크코트를 사달라고 조르고, 바퀴벌레가 무서워 한밤중에 딸에게 전화를 걸고, 조그만 상처에도 엄살을 부리는 '90년대 철없는 엄마'. 영화 <마요네즈>에서 김혜자가 열연한 '엄마'의 모습이다.

극 중 딸 최진실은 그런 엄마에 대해 철저한 '애'와 '증'의 양가적인 감정으로 대하지만, 관계에서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이기 때문에 보살펴야 한다는 어쩔 수 없는 가족 간 '수직관계'의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2000년대 들면서 영화 속 엄마는 '부양과 봉양'이라는 가부장적 틀 속에서 벗어나 '친구'나 '연인'같은 수평적인 관계로서 가장 친밀한 여성들의 연대로 발전했다. 지난 해 개봉한 영화 <…ing>에서 이미숙이 보여준 엄마는 남편과 사별 뒤 딸아이(임수정 분)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함께 맥주를 나눠 마시며 남자를 꼬시는 데(?) 쓰라며 핸드폰을 건넨다. 또 딸의 연애를 부추기며 딸 앞에서 나타난 남자(김래원 분)와 따뜻한 로맨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여성들의 관계인 '모녀지간'. 모체인 여성은 누구나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맺기를 이어가게 된다.

이러한 엄마와 딸의 관계는 가부장적 가족 이데올로기 아래 '부모와 자식' '여성과 여성'이라는 2가지 관계 속에서 공존하며 갈등을 겪게 된다.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가부장적 가족 관계에서는 생계부양이 이루어지는 부모·자식간의 역할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모녀가족의 관계를 그린 대표적인 한국영화에서 보듯이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접어들면서 엄마와 딸의 관계는 서서히 수직적인 가족관계는 약화되고 수평적인 여성간의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엄마같이 살지 않겠다'던 딸들이 가정을 이루고 엄마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딸들로부터 '엄마처럼 살고 싶다'는 바람을 일으키게 된 시점이 된 것.

이는 예전에 비해 딸을 부양하는 엄마가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제적 위치가 상승하고, 동시에 가부장의 역할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성취하는 엄마는 더 이상 딸에게 가부장적 가족의 성역할모델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대변하는 역할모델로 존재하게 됐다.

성신여대 대학원 여성학과 이수자 교수는 “모든 '딸과 엄마의 관계'는 자매애를 기본으로 한다”며 “개인의 가족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세대, 부양관계, 경제활동, 성역할 만족도 등 개별적 상황이 모녀관계를 변화시키는 코드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현주 기자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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